“옷이 필요한가요? 의자도 필요하겠네요. 우리가 뭘 또 도울 수 있는 거죠?” 5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가리봉 1동 ‘외국인 노동자 전용 의원’. 단정한 정장 차림에 엷게 화장을 한 중년의 외국여성 4명이 병실을 둘러보며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손가락을 잃은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볼 땐 눈시울이 축축이 젖어들던 이들은 환자를 만날 때마다 “우리가 뭔가 도울 일이 없느냐”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들은 엘살바도르·파키스탄·튀니지·나이지리아의 주한(駐韓) 대사 부인들. 2시간 남짓 병원에 머물면서 환자들에게 깊은 애정을 보였다.

욜란다 운고 엘살바도르 대사 부인은 사고로 왼쪽 손가락 2개가 잘린 방글라데시 노동자 병상에서 떠날 줄 몰랐다. “당신은 반드시 좋아질 거예요. 꼭 힘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한국계인 소니아 마수드 파키스탄 대사 부인(한국이름 송숭희)은 “예전에 이 병원에서 프레스 기계를 혼자서 돌리다가 팔 하나를 잃은 방글라데시 여성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면서 “그 기억 때문에 이 병원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병원 사무실에 빼곡히 쌓여 있는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건 서류를 보고 있던 마이무나 티자니 나이지리아 대사 부인은 “도울 사람이 너무 많네요”라고 했다. 나빌라 뱌티 튀니지 대사 부인은 “‘사랑은 나누는 것(Love is sharing)’이라는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사 부인들은 “한국의 기업이나 개인이 많은 관심을 갖고 이곳의 어려운 사람을 도왔으면 좋겠다”며 손을 마주잡기도 했다.

이들은 다음달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릴 외교사절 자선기금 모금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주한 외교단 부인회’ 회원(총 7명)들이다. 3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선 각국 무용단이 축하공연을 하고 대사 부인들이 손수 만든 예술품을 자선경매에 내놓을 예정이다. 수익금 전액은 이 병원과 장애인 재활시설인 ‘명도 복지관’ 등에 전달한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401701-01-148271)

5일 오전 구로구 가리봉1동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에서 욜란다 운고 엘살바도르 대사 부인?나빌라 뱌띠 튀니지 대사 부인?마이무나 티자니 나이지리아 대사 부인이 한국계인 파키스탄 대사 부인 소니아 마수드의 설명을 들으며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노동를 위로하고 있다.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