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로 불려오던 산업연수생제도가 폐지 석 달을 남겨두고, “정부가 고용허가제 자체를 산업연수제로 변질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이래 산업연수제로 인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의 침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이주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문제제기를 받았으며,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그간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제는 병행 실시됐고, 이제껏 존속해왔던 산업연수제는 올해 말 폐지하기로 되어있다.

산업연수제를 폐지해야 할 마당인 지금, 정부가 그간 산업연수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갖가지 송출비리와 인권침해를 해가며 막대한 돈벌이를 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은 중소기업중앙회(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한건설협회 등 이익단체들에게 고용허가제 대행업무를 위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산업연수제 하에서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익단체들이 산업연수제 운영을 맡아왔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는 송출과정에서 거액의 불법수수료 착취와 같은 송출비리 문제가 드러났는가 하면, 관리한다는 명분 하에 이주노동자들을 감금하고, 여권을 빼앗고, 강제로 적금을 들게 하는 등 인권침해를 자행해온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주노동자인권단체들은 지난 9일 ‘중기중앙회 등 이익집단의 고용허가제 개입반대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를 결성하고, 11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17일에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산업연수제 완전철폐와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과 국무조정실 항의 면담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 참여 단체들은 “고용허가제 또한 아직 여러 독소조항을 가지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정당한 근거 없이 중기협 등 이익단체에게 고용허가제 대행업무를 위탁하겠다”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와 같은 연수추천단체들이 그간 산업연수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왔던 것과 같이, 고용허가제에 편입되어 또다시 대행업무를 맡게 된다면 앞으로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 등이 개선되기는커녕 “제2의 현대판 노예제”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익집단의 고용허가제 개입방침을 철회”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최근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중앙회가 2005년 산업연수생 사후관리 명목으로 사업주로부터 받은 연수관리비는 93억원”에 달했으나, 93억원의 사용내용을 밝히지 않아 유용 등의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