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환(37)씨와 유씨의 부인인 필리핀계 유세영(27)씨, 그들의 아들 당호(7)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유씨는 중산층 수준의 비교적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당호군의 어린이집 친구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호군을 ‘원숭이’로 부

2007년은 6월 항쟁으로 절정을 이루었던 민주화 운동이 20돌을 맞는 해입니다. 민주화 20년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시민들이 그토록 열망하던 대통령 직접 선거를 획득, 5년마다 정부를 새로 구성하고 누구나 언론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사회도 변했습니다. 거리에 나가면 채 열 걸음도 걷기 전에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다원화사회가 도래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50만명을 넘어서고, 국제결혼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인종, 문화가 다른 새로운 차이집단이 우리 사회 안으로 속속 편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20년을 맞는 한국이 이들과 함께 살아갈 정도로 성숙하고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로 변모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시합니다.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생활하고, 똑같이 입고 말하고, 똑같은 피부색을 해야 한다는 낡은 고정관념과 획일주의, 문화적 쏠림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등산할 때조차 검은 색깔의 등산복으로 통일하고, 유치원생과 노인이라도 휴대전화가 없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는 유별난 집단주의 문화가 기승을 부립니다.

다른 생각, 다른 생활, 다른 문화에 대해 관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 탈북자, 혼혈인과 함께 사는 법을 모르고 있습니다.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 차별 받은 소수자가 남몰래 눈물을 흘린 날이 얼마나 되는지 모릅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 아닌 이유로 이렇게 소외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미성숙 때문에 이념과 정치적 견해, 출생지의 다름을 이유로 한 대립, 세대·계층·노사간 대결과 갈등이란 값비싼 사회적 비용도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적 분단 상태에 있는 한국 사회의 풍경은 결코 건강해 보이지도, 성숙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많이 다르고 특별한 이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관점, 생각을 가진 이들의 역할과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발전, 민주주의의 심화가 필요합니다. 경향신문은 이를 위해 ‘차이와 공존’을 올해의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다름’을 ‘차별’의 이유로 삼지 않고, 조화와 관용이 넘치는 다원화된 사회를 목표로 일반 기사, 특집, 논평을 통해 ‘차이와 공존’의 가치를 집중 보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