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성일 : 09-09-15 11:07
|
외국인 노동자들 곰팡이와 '동거' 부산 사상·사하구 공단지역 숙소 점검
|
 |
 조회 : 1,377
|
외국인 노동자들 곰팡이와 '동거'
부산 사상·사하구 공단지역 숙소 점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은 부산 사하구 장림공단 일대 한 이주노동자의 숙소.
사진제공=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
외국인 노동자들 곰팡이와 '동거'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은 부산 사하구 장림공단 일대 한 이주노동자의 숙소. 사진제공=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
△사례1=부산 사상구 감전동 J정밀금속 공장 2층 옥탑방 기숙사. 21.8㎡(약 6.6평) 크기의 이 방엔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한낮에도 불을 켜야 한다. 형광등 빛이 어두워 밝기가 시원찮다. 지은 지 15년쯤 된 이 방의 벽지에는 꽃문양이 아니라 살아있는 곰팡이가 무늬처럼 피어 있다. 곰팡이가 없는 부분은 습기가 메웠다.
이방엔 베트남 출신 노동자 투이빈(25·가명)씨 등 7명이 산다. 3인용 매트리스를 젖히면 바퀴벌레가 버글버글하다. 방충망도 없어 모기에 속수무책이다. 에어컨이 있지만 한밤 내내 돌려도 무용지물이다. 회사에서 쉬는 날엔 수돗물을 잠가 씻지도 못한다. 참다못한 이주노동자 2명이 월세 방을 구해 나갔다.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나서고 싶었지만, 월세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아 단념했다.
△사례2=베트남 출신 근로자 나트옹(26·가명)씨는 3년 전에 부산에 왔다. 15명이 근무하는 영세업체에는 숙소가 딱히 없었다. 나트옹씨는 동료와 함께 전세 1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방을 구했다. 25년가량 된 방의 넓이는 7.2㎡(약 2.2평)으로 입식부엌이 딸려있다. 재래식 화장실과 세면장은 공동으로 쓴다. 다세대주택이라 출근, 등교시간만 되면 이곳은 만원이다. 때문에 나트옹씨는 웬만하면 부엌 싱크대에서 얼굴을 닦고 머리를 감는다.
대낮에도 햇볕 안들고 모기·바퀴벌레 득시글
주말 단수 세수도 못하지만 돈없어 월세 포기
좁은 방서 여러명 거주… 2평 이하 49% 최다
집이 오래돼 구린내와 곰팡내가 사라지지 않는다. 방음장치라곤 얇은 합판이 전부여서 옆집의 TV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옆집도 나트옹씨의 말 소리가 듣기 싫다고 해 자주 다툰다. 남루하고 비릿한 집이지만 나트옹씨는 '이만해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상당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고통을 겪고 있다.
7일 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산지역 이주노동자 780여명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64.8%(508명)가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가건물과 사무실에서 잠을 잔다는 노동자도 13.4%(105명)를 차지했다. 방 크기는 6.6㎡(2평) 이하가 49.5%(388명)로 가장 많았다.
그렇다면 6.6㎡ 크기의 방에 몇 명 정도가 살까? 6.6㎡ 이하 방에서 생활하는 노동자의 90.3%가 2명 이상 함께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혼자 지낸다는 사람은 9.7%(37명)에 불과했다. 3.3㎡(1평)짜리 방에서 '5명 이상이 산다'는 응답도 0.6%(5명)로 나왔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손바닥만한 방에서 2명 이상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부대시설의 사정은 어떨까? '샤워시설이 없다'는 응답이 7.9%(66명), '화장실이 없다'는 답변도 4.3%(36명)가 나왔다. 식사를 해결할 '취사시설이 없다'는 비율은 21.3%(178명)에 달했다.
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는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이 교정시설의 수용자 면적 2.71㎡(0.82평)보다 적어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는 이달 초부터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소, 부산외국인노동자 상담소 등과 함께 이주노동자의 주거생활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우선 사상·사하지역의 공단에서 한달 동안 일일이 현장을 방문해 조사한 뒤, 드러난 문제점들을 공론화할 방침이다. 이후 오는 10월께 노동부, 법무부, 부산시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태조사 및 연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 조경재 조사관은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생활하는 재소자보다 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관련 행정기관, 사업주들이 머리를 맞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부산지역에 등록된 이주노동자는 6천여명, 미등록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
|
Total 6,596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