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인구 10만명당 범죄 건수가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출신보다 경제 선진국 출신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범죄의 온상’으로 덧씌워진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과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일반의 편견을 뒤집는 연구 결과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2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영신(44) 연구위원팀이 펴낸 연구보고서 ‘외국인 범죄의 실태와 전망’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중국과 방글라데시,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팔 등 개발 도상국 출신 외국인들의 범죄자 수는 미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보다 크게 낮았다. 인구 10만명당 한국인 범죄자 수와 비교해도 크게 낮다.

보고서는 1986년부터 2004년까지 대검찰청이 펴낸 연도별 ‘종합심사분석’과 ‘범죄분석’,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자료 등을 분석한 것으로 외국인 범죄에 대한 종합 분석보고서가 나온 것은 93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입국자와 체류자(불법 체류자 포함)를 합한 10만명당 범죄자수는 홍콩(5672명), 미국(4958명), 독일(3190명), 캐나다(3031명), 프랑스(2758명), 일본(2127명) 등 경제 선진국이 상위 10개국 가운데 6개나 포함됐다. 반면 국내 불법체류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1840명)과 방글라데시(984명), 태국(821명), 필리핀(807명), 인도네시아(571명), 네팔(511명) 등 상대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낙후된 나라들의 범죄자 숫자는 현저히 낮아 대조를 이뤘다. 국내 성인 인구 10만명당 범죄자수(5134명)와 비교해 중국은 한국의 36%에 불과하고, 동남아 국가는 대부분 6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낮았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대부분의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범죄를 발생시키는 위험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범죄의 국적별 지형도도 크게 바뀌었다. 국적별 외국인 범죄는 86년 ‘미국-타이완-일본-필리핀-파키스탄’ 순에서 2004년 ‘중국-미국-러시아-몽골-타이완’ 순으로 바뀌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