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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3-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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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마트보다 더 지독한 '테스코'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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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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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주진 기자] 한국의 이마트는 대한민국 유통시장의 거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지방중소도시와 기존 시장 상권 지역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어 거센 반발과 함께 비난에 직면해 있다.
영국에도 이마트와 비슷한 유통회사가 있다. 바로 '테스코(TESCO)'로 영국 유통시장의 31%를 지배하고 있다. 그 다음은 월마트의 영국 자회사인 '아스다(ASDA)'와 '세인즈베리(Sainsbury)'로 각각 16%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세 개 회사가 유통시장의 거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의 이마트라고 할 수 있는 테스코는 한국 이마트보다도 더 교묘하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이는 상품 판매에 계급화를 적용한 것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먹을거리의 계급화다. 이를 통해 테스코는 가장 싼 물건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서민들까지 자신의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가난한 서민들까지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테스코
사실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나 먹을거리의 계급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최상 계급의 먹을거리는 누가 뭐래도 각종 유기농 상품들이다. 채소, 과일, 밀가루, 빵, 우유 등 기초식품부터 차, 초콜릿, 포도주 등 기호식품에 이르기까지 유기농은 특정 소비자 집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점점 더 넓은 진열대를 차지해가고 있다. 유기농 담배가 없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영국의 이마트인 테스코에 가도 많은 유기농 상품을 발견할 수 있고, 한국에서의 가격 차이보다는 덜하지만 동종의 상품 중에서 가장 값이 비싸다.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유기농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와는 다르게 영국의 유기농 상품 소비자들은 주로 환경문제와 사회정의 문제에 관심이 많고, 철학적 결단과 정치적 신념에 따라 유기농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반 서민들은 소득의 문제를 떠나 유기농 상품에 별로 관심이 없고 기존의 소비 행태를 유지하고 있다.
테스코 식품 매장에서 '귀족 계급'에 속하는 유기농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1.5배 정도 비싸다. 다음으로는 대체로 품질이 좋은 일반 상품들이다. 그 다음은 한국의 대형마트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테스코 자체 상표를 단 상품들로 저렴하면서도 품질도 괜찮아 소비자들이 단연 선호하는 제품군이다. 이마트 등 한국의 대형마트는 여기에서 끝이다.
그런데 테스코에는 한 단계가 더 있다. '밸류(value)'라는 테스코 상표를 단 제품군으로 번역하면 '값어치가 있다'는 뜻인데 가격에 비해 양이 가장 많다. 단어의 뜻과는 다르게 질은 최하인데 반해 일반 테스코 상표 제품군과 1.5배에서 2배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
밸류 상표를 단 상품은 과일, 채소, 고기, 밀가루, 씨리얼 등 기초식품부터 케첩, 잼, 마요네즈 등의 소스류와 초콜릿, 비스킷 등 군것질거리까지 장르가 다양하다.
채소나 과일의 경우는 눈으로 봐도 품질에 차이가 나고 가공 식품인 경우에는 포장방식과 포장지 색깔에서 '싼 티'가 난다. 밸류 상표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물론 가난한 서민들이다. 영국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 이민자, 학생들도 주요 소비자들이다.
한 경제학자는 대형마트들이 최상 또는 일반 제품과 최하의 제품을 같이 진열하는 이유는 '먹고 살만한' 소비자들의 차별의식을 부추겨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 31%인 테스코가 밸류 상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난한 서민들의 주머니까지 비워보자는 교묘하고도 지독한 상술 때문인 것 같다.
영국은 전통적 계급사회의 색채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어 노동자 계급의 저변이 넓다. 그리고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들도 많다. 그 수로 치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소비층으로 테스코는 밸류 제품군을 이용해 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상품의 계급화가 이뤄져 있으니 특정 상품의 구매 여부가 아니라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소득과 생활수준이 드러나게 된다. 고소득의 중산층이 싸고 질 낮은 상품을 선택할 리 없고, 언뜻 봐도 가난해 보이는 소비자는 당연히 밸류 상표를 선택한다.
한 마디로 식품 매장에 가면 내가 어느 계급에 속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직설적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개인주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먹을거리의 계급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노골적이고 천박한 상술이다.
노골적인 상술 때문에 자신의 생활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서민들은 쾌적한 환경과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싼 제품까지 제공하는 테스코에서 물건을 산다. 물론 그 옆에 진열된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을 사고 싶은 유혹과 살 수 없는 현실을 매일 실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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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정주진 기자는 미국에서 평화갈등연구로 석사를 마쳤으며, 그 후 갈등해결교육과 평화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영국에서 평화학 박사과정에 있으며, 집중 연구분야는 <갈등구조전환과 공공갈등해결>로 각종 갈등과 분쟁의 구조적 전환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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