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에서, 전남 여수에서, 경기도 안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희귀한 존재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3D업종에 일손이 부족하고, 싼 임금으로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역시 그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농촌을 무시하는 현실 속에, 일손은 물론 인구부족 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해결책이란 외국인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새벽 양구에서 발생한 태국인 노동자들의 허망한 죽음도 그런 상황속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영농철 맞아 대거 농촌으로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의 10평 남짓한 컨테이너 화재현장에서는 태국인 농업 노동자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숨진 사람중 한명인 우티차이 짜랑(45)씨는 고국에 부인과 아들, 딸을 두고 있는 가장으로 알려졌다. 3명은 불법체류의 두려움,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 먹고 살기위해 양구에서 농업 노동자로 일해 온 사람들. 2005년말 3개월짜리 방문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짜랑 씨는 비자기간이 만료됐지만 돈벌기 위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최근까지 의정부의 한 면직공장에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강원도로 부른 것은 우리의 농촌현실이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일손이 부족한 최전방의 농사일이 수입이 좋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달 16일쯤 양구로 왔다는 것이 양구 농민들의 말이다. 하루 5만원 안팎의 적지 않은 일당을 받았지만 감자 파종과 못자리 만들기 등 힘들고 고된 농사일을 해왔다. 이들은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생활하며 식수는 인근 마을에서 길어다 아침과 저녁을 해결해왔다. 사고 현장에는 보름 가까이 돈을 벌기 위해 숨 죽이며 살아오다 참변을 당한 이방인들의 죽음, 그리고 우리의 농촌 현실에 한숨쉬는 농민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농사일도 외국인 고용시대 맞아

이번 사건은 양구만의 일이 아니다. 이농과 고령화로 농촌지역의 인력난이 심화된 우리 농촌. 영농철을 맞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농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지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양구군 해안면에 따르면 올들어 해안면 만대리에 태국인 등 30∼40명의 외국인 농업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인 해안면 일대에만 모두 80여 명의 외국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군 도암면 일대도 외국인들이 우리 농사를 대신하고 있다. 도암면의 경우 외국인 농업 노동자들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일부 용역업체들이 외국인 인력을 관리하며 평창 등지의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평창지역 외국인들은 하루 7만원의 일당을 받으며 용역업체들이 수수료로 2만∼3만원을 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암면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 농업 노동자 60여 명이 감자파종, 못자리 만들기, 거름 운송 등 주로 힘든 농사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대거 찾아온 것은 영농철을 맞아 일손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 평창군 도암면의 경우 농사기간은 짧은데 농경지는 넓고,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 총조사.

“2005년 현재 강원도내 농가인구는 2000년보다 2만4000명이 감소한 21만4000명으로, 해마다 줄어들면서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이혁재 기자 elv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