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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5-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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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마을이 하나님나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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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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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마을이 하나님나라죠
[인터뷰]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박천응 목사를 만나다
▲ 국경 없는 마을의 거리풍경. 중국어 간판이 눈에 띈다.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주민들이다. ⓒ뉴스앤조이 유헌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평범한 동네 지명이지만 40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고향만큼이나 친숙한 이름이다. 국경 없는 마을이 여기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만 명의 이주민들이 오가는 이곳에서는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인 이들은 어려움을 호소할 곳이 더 필요하다. 그런 연유로 만들어진 곳이 안산이주민센터다.
5월 6일 오후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박천응 목사(47)를 만났다. 박 목사는 얼마 전 안산역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대규모의 불법체류자 색출에 들어간 출입국사무소가 못마땅하다. 어떻게 사람을 이 잡듯이 잡아들일 수가 있냐는 것. 그는 사회가 이주민을 '교화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외된 이들과 함께해야 하는 교회 역시 '전도해야 할 대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박 목사는 이런 사회와 교회가 다가오는 다문화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했다.
안산이주민센터가 생기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IMF 때 이곳 공단에서 일하던 한국인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지역을 빠져나갔다. 그 빈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채운 것이다. 안산에 이주노동자들이 4만 명 정도 되는데 그 중 2만 명이 이 근처에서 산다. 근처 5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있는데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3D업종이다 보니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도와주기 위한 취지에서 안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설립되었다가 최근 이름을 이주민센터로 바꿨다. 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다문화사회가 되는 것을 보면서 외국인노동자가 전부가 아닌 것을 깨달았다. 결혼 이민자가 늘고, 이들의 자녀들이 생겨났다. 이들의 문화까지 담아내기 위해 이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하고 있다.
▲ 박천응 목사는 "국경 없는 마을은 하나님나라 운동이다"라며 교회가 전도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이들을 문화를 가진 인간으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유헌
이주민이라는 개념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다. 외국인노동자를 단지 외국인이나 노동자로 보는 관점에서 우리와 함께 사는 '주민'으로 봐야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장에서는 노동자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주민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줄곧 국경 없는 시민권의 개념을 주장해왔다. 이주민들도 시민이다. 지역사회의 의사결정에 참가하고, 문화와 사회적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소식은 올해 2월 행정자치부가 '거주외국인 지원조례'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내용이다. 국내 3개월 이상 체류자는 주민으로 보며, 행정 자치단체에게 부당한 처분을 받을 경우 집단행정소송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런 조치가 더 빨리 시행되었어야 했다. 시민사회가 이주민 문제를 자기 사업의 영역으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잘 안 된다. 시민사회운동이 위기라고 하는데 민족의 개념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시안'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셨는데
코시안(KOREA+ASIAN)은 한국인이지만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이다. 외모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한국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부모가 베트남 사람이고,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고 치자. 그는 한국인이기도하고 베트남인이기도 한 것이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해야 한다. 우리는 다문화교육이라는 핑계로 그들에게 한국 것만을 가르치려고 한다. 지배문화를 중심으로 하위문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문제다.
시민사회나 학계나 다 마찬가지다. 제3의 정체성을 지닌 아이들이 철이 들고나면 커밍아웃을 한다. 엄마·아빠는 외국 사람이지만 자신은 한국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게 받아주지 않는다. 설사 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이 되어도 피부색이 다르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 공장에 취직하러 가서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내밀어도 외국인으로 취급한다.
교회의 인식이 아쉽다. 교회는 이런 점에서 어떤지
▲안산 원곡동은 주말이면 이주민들도 만원을 이룬다. 이곳에는 2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의 각기 다른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뉴스앤조이 유헌
교회는 모든 것을 선교로만 본다. 이주민 사역이 선교에 이익이 되는지, 선교에 효과적인지 판단한다. 그럼 효과가 별로 없고, 산출되는 것이 없으면 안 하겠다는 거냐. 진정한 복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지 고민하기보다 교회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잰다. 이주민들도 다 안다. 그러다 보니 전도하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을 리 없다.
토요일이면 여기 원곡동 일대는 종교박람회가 된다. 별별 종교가 모여서 진풍경을 이룬다. 이주민들은 출입국관리자를 피하는 게 아니고, 전도하는 사람을 피하려고 애쓴다. 전도하는 이에게 한번 붙잡히면 집요한 공세에 시달린다. 집까지 쫓아 들어가서 난리친다. 그들이 한국 사람이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다. 그러니 도망 다닐 수밖에.
90년대 초반까지는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교회에 나갔다. 교회는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장소였고, 개종을 하든 안 하든 아픔을 나누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자리였다. 지금은 교회에 끌고 갈 뿐이다. 이주민들의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만드는 교회의 행동들이 목사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예수 천당만을 외치는 건 천박한 수준의 기독교다.
국경 없는 마을이 문화특구로 지정됐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사람들이 국경 없는 마을을 이주민의 수도라고 얘기한다. 이곳에 오면 친구도 만나고, 물건도 살 수 있고, 공연문화도 즐길 수 있는 등 모든 것이 다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사회가 가속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많이 생긴다. 농촌에 결혼이민자 한 명이 들어오는 것은 숫자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전혀 새로운 문화가 추가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소수자가 다수자의 문화에 녹아들어가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통합이 아니다. 모두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그게 간단하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국경 없는 마을은 실험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문화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다수자의 인식전환, 소수자의 주체성, 공동체로서의 존중인데 이것 역시 쉽지 않다. 결혼이민자들에게 김치찌개 못 끓인다고 타박하면 주눅이 든다. 하지만 그도 자기 고향의 음식은 잘 할 것이다. 그가 잘하는 부분을 강조해줘서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 미래의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현재 농촌은 급속하게 고령화가 되고 있다. 어쩌면 30~40년 후 농촌에는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자녀들만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지금부터 문화적인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지 않나.
▲ 안산이주민센터의 모습. 건물 3층에는 예배실이 있으며 주일이면 중국어,스리랑카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의 예배를 한다. ⓒ뉴스앤조이 유헌
국경 없는 마을에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
안산시가 많은 재정을 투자해서 거리도 정비하고 공원화사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실적이나 하드웨어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안산시의 정비계획대로 지역을 개발하면 좋은 마을은 되겠지만 집값이 오르고, 가게세가 오른다. 이주민들에게는 살기 좋은 마을이 아닌 것이다. 지자체가 단순히 관광거리를 제공하는 정책을 세우면 안 된다. 적어도 이 지역만큼은 이주민들이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장소만 만든다고 끝이 아니다. 여전히 이주민들을 쫓아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동사무소 공무원들도 공공연하게 이주민들이 일만 늘어놓는다고 폄하한다. 이제 우리는 이들을 값싼 노동력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문화를 가진 존재로, 생존권을 가진 인간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국경 없는 마을을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나라운동이 된다. 하나님나라를 죽어서 가는 세상으로만 봐서는 안 되지 않나. 그것은 반쪽짜리 신앙이다. 우리의 믿음은 상상 속의 하나님 나라를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경 없는 마을에서부터 그것을 조금씩 이루고 있다.
인터뷰가 마무리 될 무렵 스리랑카 청년 몇 명이 불쑥 찾아왔다. 지난 4월 14일 스리랑카 사람들이 설날 축제를 열었는데 행사를 도와준 이주민센터 식구들에게 감사 표시를 하기 위해 음료를 한 상자씩 사들고 온 것.
"목사님, 저희들 왔습니다. 저번에 도와주셨는데, 대사님이 금방 가서 죄송했어요. 안산시장도 왔었는데" "우리도 열 받았어요. 우리 대사관은 하나도 안 도와주고…."
"뭘. 멋있게 잘하던데. 다른 나라들도 행사는 많이 하는데 돈 많이 들여서 구경이나 하고 그러지. 한국에 193개 나라가 들어와 있는데 함께 열심히 운동하고 멋있게 축제하는 건 스리랑카가 최고야. 다른 나라는 모이면 맨 싸움이나 하지."
"우리도 다른 나라에 있는 친구들한테 들었는데, 한국 안산에서밖에 이런 축제 못해요. 친구들이 어떻게 그렇게 축제 하냐고 물어봐요"
"행사하다가 싸우거나 그런 건 없었지?"
"아. 설날에 한 명이 술 먹고 떨어져서 병원에 누워 있어요. 괜찮데요"(웃음) "우리는 비자가 문제죠."
"이번에 여수에서 불나고, 사람들 농성하면서 비자준다는 얘기 나오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시 계획 없다고 하더라고. 조선족들은 중국 다녀오면 합법으로 해주고 그러던데. 기다려봐야지.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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