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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경희대에서 17일 열린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하트모양을 그리며 한국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김문석기자 |
“한국에서 남편은 왕이라는 말을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한국 시어머니들은 세계에서 가장 힘세고 무섭다고 생각해요.”
17일 오후 경희대 크라운관에서는 외국인 며느리, 유학생, 이주노동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전국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외국인들을 위한 축제의 일환으로 시작돼 올해 10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서는 ‘가족’과 ‘한국문화 체험’이라는 주제 아래 40대 1의 치열한 예심을 뚫고 본선에 오른 14개국 22명의 참가자들이 평소 갈고닦은 한국말 실력을 뽐냈다.
참가자들 중에는 특히 신혼 초 남편, 시어머니 등과 갈등을 겪으며 힘겨웠던 ‘한국생활 적응기’를 소개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많았다.
한국 생활 5년째인 베트남 출신 주부 도한나(27)는 가부장적 남편 때문에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도한나는 “사업하는 남편은 정말 책임감이 강한 좋은 남편”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남편이 ‘여기는 한국이다. 남편은 하늘이나 왕처럼 생각하라’고 말하며 시키는 대로 하기만을 강요할 땐 이혼할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도한나는 그러나 “남편을 위해 뭔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키웠다”며 “지금은 남편이 요리도 도와주고 아이도 봐주는 등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도한나는 또 “국제결혼을 해서 행복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우리가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다른 외국인 며느리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일본인 며느리 이노우에 유키에(43)는 “한국 시어머니들이 세계에서 가장 힘세고 무섭다고 생각한다”며 발표를 시작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노우에는 “요즘은 처음보다 조금 나은데 되돌아보면 ‘이게 찌개냐, 국이냐’고 야단맞으며 살아온 것 같다”면서 “처음엔 무서웠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가르쳐주시고 싶어서 그런다고 생각해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젊은 유학생들의 독특한 ‘한국문화 체험기’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유학생 진백진(28·대만)은 “한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며 “입국하던 날 공항에서 버스표 파는 아저씨께 한국말로 ‘오빠, 630번 버스표 한장 주세요’ 했더니 모두 이상하게 쳐다보더라”라고 밝혀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유학생 바르샤 볼드(30·몽골)는 한국의 ‘각설이 타령’에 푹 빠지게 된 경험담을 소개한 뒤 준비해 온 음악에 맞춰 실제 각설이 타령을 즉석에서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이주노동자 자나카(36·스리랑카)는 “한국에서 취직한 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주경야독’했다”고 전하면서 “여러분도 소중한 꿈을 이루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한국인 4세 유학생 나탈리야 김(19)이 ‘한 소녀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할아버지의 고향땅을 찾게 된 과정을 발표해 최우수상(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