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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2-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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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 “영어 모르면 일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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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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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간판 등 어딜가나 외래어… 실수 연발 일터서 소외 “바보된 느낌”
“한국에서 먹고 살려면 한국말보다 영어를 더 많이 알아야겠더라고요. 영어 모르면 일도 못하고 생활도 안 돼요.”
중국동포 김모씨(60)는 지난해 11월 경기 이천의 한 양계장에 취직했다. 3개월 전 한국에 와서 구한 첫 직장이었다. 양계장 보수작업을 맡은 김씨에게 작업반장이 “드라이버로 나사를 죄라”고 했는데 ‘드라이버’가 뭔지 몰라 당황했다. “스패너를 가져오라”는 말도 못 알아들어 엉뚱한 공구를 가져가기도 했다. 결국 그는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난달 일을 그만뒀다.
김씨는 “공구 이름부터 전부 영어로 말하니까 알아들을 수 없고 실수만 연발하게 되더라”며 “한국말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당분간 일을 쉬며 영어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사용되는 영어 외래어를 몰라 일터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이주 노동자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구소련 출신들은 영어가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학교가 대부분이라 알파벳조차 읽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중국동포 이모씨(40·여)는 처음 취직한 레스토랑에서 영어 때문에 낭패를 봤다. “테이블에 냅킨하고 스푼을 세팅하라”는 지시를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차림표를 말하는 ‘메뉴’도, ‘스테이크’도 낯설었다. “ ‘미디움 웰던’으로 구워달라”는 손님의 요구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었다.
3년 전 입국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중국동포 강모씨(50·여)는 “영어를 못하니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집의 5살, 10살 아이들이 영어로 말할 때 곤란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던데 스트레스가 뭔지 다시 물어봐야 했다”며 “TV를 틀어봐도 영어 일색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영어로만 적힌 간판과 제품들도 이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중국동포 김모씨(41·여)는 얼마 전 커피전문점 ‘커피빈’에서 약속을 잡았다가 허탕을 치고 말았다. 상호가 영어로만 돼 있어 코 앞까지 왔다가 돌아서버린 탓이다. 영어 간판을 읽지 못할 때마다 열등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씨는 “가게에 들어가서도 제대로 찾아온 건지 불안한 마음으로 앉아있곤 한다”며 “영어로만 된 간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피부관리실에서 일하는 김씨는 제품명이 거의 영어로만 적혀 있어 곤혹스럽다고 했다. “손님이 물어도 잘 몰라서 얼버무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새로운 제품이 들어오면 늘 한국말로 적어두고 다시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가리봉동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이주 노동자들의 요구로 2월부터 무료 영어강의를 시작했다. 중국·베트남·키르기스스탄 국적 이주 노동자 20여명과 함께 지난 15일 첫 강의를 열었다.
센터 대표 김해성 목사는 “일하는 것 외에도 한국인과 의사소통하거나 컴퓨터를 배우는 등 취미생활을 위해 한국어와 함께 기초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면서 “영어 교육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작업 생산성도 향상되고 산업재해를 막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정인·조미덥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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