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이후에 우리나라에 취업하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단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최근 네팔에서 치러친 한국어시험에는 무려 ３만명이 응시했다고 합니다.

● 앵커： 얼핏 들으면 고무적이긴 한데 그런데 살펴보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호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안녕하세요？네팔 다녀오셨다고요.

한국어 열풍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요.

●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이번이 첫번째 한국어 시험이었는데 모두 ３만 １０００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험에 응시했고요.

네팔 전체적으로는 한국어학원이 ３５０개가 넘을 정도입니다.

저곳은 시험을 이틀 앞둔 카트만두시내의 한 한국어 학원의 모습입니다.

저곳에서는 이번에 ＯＭＲ답안지도 처음 도입이 됐는데요.

그래서 혹시나 학원생들이 실수를 할까 봐 모의고사 겸해서 답안지 쓰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저렇게 학원수업만으로는 부족해서 아침 ７시부터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있었고요.

또 한국어 시험을 보기 위해서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하도 많아서 카트만두 여관에 방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국어시험 공부를 하는 데는 돈도 많이 들어가는데요.

학원비가 ５０００루피， 우리돈으로는 ７만 ５０００원 정도지만 현지에서는 일반 노동자들의 한 달 월급 정도의 돈이고.

여관에서 저렇게 석 달 동 묵은 학생은 ５， ６만루피， 평균 월급의 １０배가 넘는 돈을 한국어 시험 준비에 쓰고 있었습니다.

● 앵커： 저렇게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도 한국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면서요.

●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시험의 합격자는 모두 ６０００명 정도인데요.

현지에서는 합격만 하면 한국에 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지만 사실 이 ６０００명이라는 것은 구직후보자일 뿐입니다.

이 중에 한국업체들이 선택을 해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 건데요.

문제는 한국업체들의 네팔 노동자들에 대한 선호도가 별로 높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 지난 １０여 년 동안 네팔에서 들어온 노동자는 연평균 ６００명에 불과했고요.

노동부가 사업주들의 국가선호도를 조사한 걸 봐도 보시면 네팔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의 나라보다 선호도가 훨씬 떨어졌습니다.

１５개 선출 국가 중에서 사업주들이 선호도대로 일부 인기국가들의 노동자들만 선택한다면 네팔인들은 거의 못 들어올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노동부에 ６０００명을 정한 기준이 뭐냐， 이렇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사업장 선호도를 중요하게 고려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반영을 할 수는 없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합격자 수를 정할때 노동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외교적인 고려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는데요.

네팔 정부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합격자 수를 받는 것만 해도 외교적인 성과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앵커： 그렇게 되면 정작 큰 돈을 들여서 한국어 공부에 몰두했던 학생들만 피해자가 되는 거죠.

● 기자： 그게 문제죠.

그런 부작용 이외에도 여전히 브로커들의 문제， 그것도 여전했습니다.

그래서 네팔 현지에 가보니까 여전히 브로커를 통하지 않으면 한국에 가기 어렵다， 이런 생각들이 팽배해 있었고요.

브로커를 만났다는 학생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 기자： 네팔인을 통해서 브로커도 직접 만나봤습니다.

● 기자： ７０만루피면 우리돈 １００만원이 넘는 큰 돈입니다.

그리고 현지 학원들도 브로커 역할을하는 곳이 아직도 많았고요.

이 브로커나 학원들이나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연관돼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허위 광고도 많았습니다.

저 신문광고를 한번 보시면 한국산업인력공단 ＨＲＤ와 가까운 한국인 운영한다， 이렇게 적혀 있는데 알아보니까 한국인 원장은 한국에서 살던 동네가 공단이랑 가까웠다， 다른 관계는 없었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 앵커： 고용허가제가 실시됐지만 코리안드림을 이용해서 브로커들이 잇속을 챙기는 것은 여전하군요.

● 기자： 그런 모습입니다.

원래 고용허가제 자체가 외국인들의 권리보호를 위해서 만들어진 만큼 우리정부가 보다 좀더 세심한 배려 그리고 좀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 앵커： 이호찬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