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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3-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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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읽는 세상] 준호엄마 이름은 ‘리사 수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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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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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마음의 벽 허물기
#‘틀린 것 열 번 씩 연습하기’
“아직 우리 글이 서툰 준호엄마를 위해 날마다 알림장을 읽어주신다는 민지 어머니! 당신의 사랑이 있어 준호도 대한민국의 꿈나무로 자랍니다. 다문화사회는 사랑하는 마음도 더 많아지는 사회입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리사 수고르 씨. 우리 글이 서툰 그녀는 아이의 알림장을 잘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 이웃이 그녀를 도움을 주고 있다는 ‘다문화포옹’ 캠페인 중 하나이다.
외국인가족이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족’이란 용어가 새롭게 나타났다.
‘다문화가족’이란 기존 국제결혼가족이라는 단어보다 편견을 배제한 언어다. 가족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의 단어다.
“베트남 아가씨와 결혼 하세요”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족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초 5천이었던 국제결혼 건수가 1995년 1만3천 건으로 급증했다. ▲2001년 1만5,234건 ▲2002년 1만5,913건 ▲2003년 2만5,658건 ▲2004년 3만5,447건 ▲2005년 4만3,121건 등으로 10년 동안 배로 증가했다.
2007년에는 3만8천 건 넘어 전체 혼인 건수의 11%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다문화가족에겐 단어의 뜻처럼 차별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가 어울러져 있을까?
우리는 길거리에서 ‘베트남 아가씨와 결혼 하세요, 도망가면 환불해 드립니다’ 또는 ‘처녀성 보장’, ‘후불제’ 등 인권 침해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한 언론사를 통해 소개돼 뜨거운 사회적 관심을 모았던 사건이 있었다. 일명 현대판 ‘씨받이 사건’이다. 19살꽃다운 나이에 한국남자와 결혼한 투하(26·가명) 씨는 두 딸을 낳자마자 남편 박 모(53) 씨에게 버림을 받았다.
박 모 씨는 20년 동안 전 부인의 불임으로 갈등하다 결국 이혼하고 브로커의 알선을 통해 투하 씨와 결혼했다. 박 모 씨는 첫딸을 낳자마자 투하 씨와 상의도 없이 전 부인에게 아이를 보내 양육했다. 그리고 투하 씨가 둘째딸을 출산하자 “전 부인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경제적문제로 가정을 돌볼 수 없다”며 “베트남에 돌아가 있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곧 따라가겠다”고 회유하면서 이혼을 요구했다. 결국 투하 씨는 협의이혼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박 모 씨는 한 달도 안 돼 모든 연락처를 바꾸고 전 부인과 재결합했다.
결국 투하 씨는 2007년6월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2세 출산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했다”며 양육자 변경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올 2월 서울가정법원은 “아이들이 새어머니와 아버지 등과 맺고 있는 현재 관계를 고려할 때 상황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우리는 종종 TV나 신문을 통해 이주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와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힘들고 외로운 처지에 놓인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할 수 있다. 위에 캠페인이 방송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문화가족에게 향한 ‘단일민족, 이중 잣대’ 칼날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시간에 배운 것이 있다. 우리나라를 단일민족국가, 백의민족 등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단일민족국가란 사전적인 의미로 한 나라의 주민이 단일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는 민족이란 뜻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BK21갈등사회교육연구단이 조사한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다문화사회에 관한 한국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한국이 오랫동안 단일민족 혈통을 유지해온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라는 사실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은 우리나라와 다른 인종·종교·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이는데 한계를 보였다. 또 한국의 전통과 풍습을 같이하지 않은 사람들이 완전하게 한국인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인종과 언어, 종교, 관습이 다른 남녀 간의 결합인 국제결혼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잣대도 국제결혼 이주자들을 힘들게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유학생이나 투자가·사업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탈북자인 새터민이나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해서는 늘어나는 것에 반대했다.
이는 우리가 외국인을 대할 때 차별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보다 선진국인 나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와 호감을 보이는 반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아시아국에 대해서는 우월감을 갖고 내려 보는 경향이 있다.
국제결혼 이주자의 82%를 차지하는 조선족,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이민자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같은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늘어나는 다문화가구’…다양성이 넘치는 사회
이러한 차별은 개선되지 않은 중에도 다문화가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성비 균형으로 2020년에는 혼인 연령층 남성 100명 당 여성 수가 88명 밖에 안 된다. 남성 100명 중 12명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여성과는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결과이다. 그렇다면 미혼 남성들 중 아내로 외국인으로 맞이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의하면 2020년에는 결혼 이민자가 35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농촌은 농촌소외현상으로 젊은 연령층이 전입 없이 전출만 있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농업경영주 중 60세 이상이 63.3%를 차지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농촌에서의 젊은 여성층 인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도 농촌 총각의 40%는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있다.
충남 청양군은 농촌 총각이 국제결혼 시 결혼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청양군은 군의 인구감소를 막고 농촌 총각들이 결혼을 통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세계는 정치, 경제, 종교, 문화 등의 교류로 국경의 벽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대한민국도 지구화,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다. 세계화란 세계 여러 나라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결혼 이주자들에게 우리의 관습과 언어만을 강요하지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민족관을 넘어서서 우리 안에 세계가 있음을 보여 줘야한다. 우리는 국제결혼 이주자를 혼인배우자로서의 역할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결혼이주자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인식이 필요하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다문화가족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도 다문화가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과 함께 다양한 문화·언어 그리고 정체성을 아우르는 전문 인력을 키워내야 할 것이다.
주선영 기자[jasmin@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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