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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8-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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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리봉 ‘중국동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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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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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 없어진다니 걱정”
2008-08-04 오후 2:15:28 게재
2010년 초 철거 첨단 업무지구 개발 …“한·중교류 거점으로 육성해야”
철거를 1년6개월 앞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마을, 가리봉동은 여름휴가를 맞아 국내거주 중국동포들로 인해 평소보다 붐볐다.
지난 2일 오후, 중국동포 박춘향(여·41·길림성출신)씨가 운영하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한중식품상회’에 중국동포 최양수(49·심양출신)씨가 친구와 함께 물건을 사러왔다. 그들은 경기도 일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형틀목공’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인데 여름 휴가 3일동안 친척집을 다니러 왔다고 했다. 그들은 평소에는 건설현장 부근 숙소에서 생활하지만 설날 추석 여름휴가 등 쉬는 날에는 친척집이 있는 가리봉동을 찾아온다.
휴가철을 맞아 가리봉동엔 중국인(조선족 중국동포와 한족)들이 평소보다 많아 보였다. 최씨처럼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던 중국인들이 휴가를 맞아 산과 바다로 가기보다 친척들이 살고 있는 가리봉동을 찾아 왔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명절 때 고향을 찾는 것처럼 명절이나 쉬는 날이면 가리봉동을 찾는다. 많은 중국인들은 이곳을 ‘고향같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말한다. 울산에서 생활하다가 가리봉동으로 온지 1년쯤 됐다는 노동자 심동수(59·흑룡강성출신)씨는 “가리봉동은 중국동포들이 많이 살고 중국음식을 먹을 수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 속 연변, 가리봉 ‘중국동포마을’= 가리봉동은 상가에서부터 중국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가리봉시장에서 남구로역주변까지 이어진 상가에는 중국글로 씌어 진 간판이 많이 눈에 띈다. 상가에 있는 음식점 노래방 식품점 화장품가게 옷가게 여행사 등에 들어가 보면 한글보다 중국 글이 더 많이 보였다. 이 때문에 이곳을 찾는 한국인은 주인 설명을 들어야만 주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재한중국교포상인연합총회’ 이영학(45·연변출신) 이사는 “가리봉동은 중국 연변을 한국에 옮겨놓은 것과 같은 동네”라고 설명했다.
인구분포에서도 가리봉동은 ‘서울 속 연변’이라고 부를만하다. 현재 가리봉동 거주 인구 중 중국인비율은 공식적으로 32% 정도다. 구로구 가리봉동사무소에 따르면 가리봉동 주민은 지난 6월말 기준 1만5941명이다. 또 구로구 민원여권과에 등록된 외국인은 모두 7620명이다. 이중 중국인이 7545명(조선족 7297명, 한족 248명)으로 대다수 외국인이 중국인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기록 외에 일시적 거주자와 불법체류자 등을 포함하면 가리봉동 거주 중국인 수는 더 늘어난다. 게다가 성인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인과 한국인의 비율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가리봉동은 서울에서 중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동네로 평가받고 있다.
◆재개발하면 사라질 위기 = 하지만 가리봉 ‘중국동포마을’이 구로구의 재개발계획에 따라 2010년에는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구로구청에 따르면 가리봉동 일대가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돼 2013년까지 서울디지털단지를 지원하는 첨단 업무지구로 개발된다. 구로구는 2010년 3월까지 주민이주 및 철거를 실시하고 4월부터는 공사를 착공할 계획이다. 동 이름도 공단과 중국동포를 연상시키는 ‘가리봉동’을 버리고 ‘첨단동’으로 바꿀 예정이다.
철거일을 불과 1년6개월 앞둔 지난 주말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중국동포와 상인들은 철거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경기도 발안에서 건설노동자 팀장으로 일하는 김성철(52·길림성출신)씨는 “여기처럼 방값 싸고 중국동포도 많고 교통 편한 곳은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연변식 냉면을 파는 ‘진달래 냉면’ 김숙자(53 ·연변출신)대표는 “여기서 동포들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해 잘 됐는데 철거되면 어디로 가서 다시 시작해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구로구청은 이같은 중국동포들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있다. 구로구청 도시개발담당관실 관계자는 “가리봉동일대가 인근에 있는 서울디지털단지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상은 토지 건물 소유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뿐 거주하던 중국인들에 대해서까지 구청이 신경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청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이 지역 상인들과 중국동포주민들은 조직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 지역 상인들은 820여명이 참여한 ‘가리봉상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구로구에 보상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동포상인도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가리봉상가대책위원회’ 문명환(57) 회장은 “가리봉 상권을 살리는데 중국동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 재개발이 되더라도 중국동포상가를 만들어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05년도에 ‘중국동포타운추진위’를 구성해 노래자랑, 문화제 등을 진행해온 중국동포타운신문 김용필(40) 편집국장은 “구로구가 한·중관계에서 가리봉 중국동포타운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개발에 눈이 멀어 중국동포타운을 해체하기보다 오히려 한·중간 인적 교류 거점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조만간 중국동포주민들이 다수 참여하는 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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