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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1-28 09:53

'해고 1순위'로 내몰린 산차이 씨의 '코리안 드림'

글쓴이 : CBS

"낯선 한국 공장에서 1년 8개월이나 근무했는데 퇴직금도 안주고 일 없다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경제침체로 줄도산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해고 1순위'로 내몰리면서 어느때보다 추운 설 연휴를 보내고 있다.

계속되는 경제한파로 공장들이 몸집을 줄이거나 문을 닫으면서 국내 근로자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우선 감원하고 있는 것.

2년 전 한국에 온 산차이(31·태국) 씨는 "지난 2일 1년 8개월동안 근무한 회사에서 일 없다고 나가라고 했다"며 "나보다 더 늦게 들어온 한국인과 중국인들 말고 태국인 3명만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퇴직금을 받지 못해 비행기표를 살 수가 없다"며 "법적으로 한국에서 1년정도 더 있을 수 있지만 경기가 어려워 일자리 없어 퇴직금을 받는대로 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서투른 한국말로 "경기가 좋아지면 꼭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하던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근로 계약을 맺고 한 달만에 해고 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타국에서 발이 묶인 외국인 근로자들도 부쩍 늘었다.

지난 해 12월 경기도 안산 반월산업단지 내 한 중소기업에 취직해 같은 달 2일 캄보디아에서 입국한 란톨라 씨 등 4명은 들뜬 마음을 안고 찾은 회사로부터 "사정이 어려워져 고용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듣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당장 오갈데가 없어진 그들은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쉼터를 찾았지만 외국인 근로자로 등록돼 있지 않아 쉼터 입소가 어려운 상태다.

입국 후 보름 여만에 충남 천안의 자동차 하청 업체인 A 공장에서 해고돼 지난해 말부터 쉼터에 머무르고 있는 네팔인 산토스 씨 등 2명은 "한국에서 일했던 친구들이 돈을 많이 벌어와 기대하고 왔는데 돈도 안주고 내쫓아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외국인근로자들의 구직을 도와주며 24시간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찾는 사람들의 수도 부쩍 늘었다.

현재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쉼터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35명으로 정원인 25명보다 10명을 초과했다.

김영선 쉼터지원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일이 줄면 외국인 근로자를 우선 해고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쉼터 입소를 원하는 근로자가 갑자기 늘어 임시방편으로 일반 사무실을 개조해 매트리스 10여개를 더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일이 마음아프고 안타깝지만 기업에서도 어쩔 수 없지 않나"라면서 "한국에 들어와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은 2개월뿐이라 이 기간안에 일을 못구한 사람들은 불법체류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씁쓸해 했다.

실제 지난 연말 이후 22일 현재까지 안산 반월산업단지 전체 공장의 3분의 1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나마 문을 연 공장들도 대부분 조업을 중단한 채 일손을 놓고 있다.

일자리를 잃고 이국 땅에서 설을 맞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올 겨울은 그 어느해보다 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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