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결혼했지만 정이 들어 진짜 부부로 살려고 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이모씨(43)는 지난해 4월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중국 한족 여성 ㅍ씨(31·여)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얼굴도 모르는 ㅍ씨를 만나기 위해 중국땅까지 건너간 것은 사실 국제결혼 브로커의 “중국 여성과 위장결혼을 해주면 3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 때문이었다.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어렵게 살며 이혼 후 혼자 초등학생 두 딸을 키우던 이씨에게 솔깃한 이야기였다.

이씨는 처음엔 ㅍ씨가 우리 말을 하지 못하는 데다 위장결혼이 불법행위라는 생각에 결혼을 취소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결혼을 취소하면 경비를 모두 물어야 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6월 혼인신고를 했고 ㅍ씨와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

그러나 이씨의 마음은 지난해 8월 ㅍ씨의 입국 후 180도 바뀌었다. 이씨는 ㅍ씨와 함께 살지는 않았지만 가끔 집에 들러 두 딸과 부모를 잘 돌보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한국말을 배우겠다”며 노력하는 ㅍ씨의 태도도 마음에 들었다.

이씨는 ㅍ씨를 두 딸의 엄마로 만들어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두 사람은 금반지를 나눠 끼고 아이들과 놀이동산에도 가는 등 누가 봐도 어엿한 부부가 되었다. 그러나 시련은 다가왔다. ㅍ씨 입국 2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단속반이 이씨의 집에 들이닥쳐 둘은 생이별을 하게 됐다. 이들은 불법 국제결혼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ㅍ씨는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김용대 판사는 지난 11일 실제 결혼할 의사가 없으면서 혼인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ㅍ씨는 재판 직후 구치소에서 외국인 보호소로 신병이 넘겨진 뒤 지난 23일 중국으로 강제출국됐다.

혼자가 된 이씨는 “답답한 심정”이라며 “가능하면 정식절차를 밟아 ㅍ씨와 중국에 있는 ㅍ씨 아들까지 데리고 와서 한 식구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의 변호인 함종길 변호사는 “취업목적으로 위장결혼해 들어오는 경우는 많지만 ㅍ씨와 이씨는 순수하게 마음이 통했던 것 같다. 하지만 둘이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고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