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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7-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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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만 1,500여명 장례, 병원만 갔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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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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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마이크 목사’, ‘매 맞는 목사’로 알려진 김해성 목사는 험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는 시위 도중 충돌로 병원 신세를 진 것만도 10여 차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동포의 장례를 1천5백여 차례나 치를 정도로 외국인노동자들과 중국동포들의 둘도 없는 운동가이자 위로자다.
김 목사는 13년 전인 1994년 성남 주민교회의 목회자 서재에서 중국동포들을 위한 인권운동을 시작한 이래 경기도 성남시청 부근과 서울 가리봉동에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을 열고 체불 임금과 산재 보상 등 노동자 인권문제에 발 벗고 나섰다. 2004년에는 서울 가리봉동에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을 열고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가운데서도 무료진료를 펼쳐왔다.
1999년 국회를 통과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 개정을 위해 단식농성 등의 투쟁에 앞장서오다 2004년 ‘재외동포법 개정’을 이끌어 내는 등 그간의 헌신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12일에는 ‘제1회 세계한인의 날’을 맞아 외교통상부로부터 대통령상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여받았다.
김해성 목사는 최근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4주년을 맞아 그 소감을 담은 기고를 보내왔다. 수많은 외국인노동자들과 중국동포의 장례를 치러 온 김해성 목사는 “한국에는 병원과 약국, 의사와 약사가 홍수처럼 넘치는 데도 이들은 제대로 치료 한 번 못 받은 채 죽어가고 있었다”며 “직접 병원을 세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식이 기도가 되고 믿음의 싹이 되었다”며 “전 직원이 나서서 ‘어떻게 유지하려 하느냐’고 반대했지만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 싶다’고 목청을 높였었다. 하지만 이젠 육신의 치료와 함께 복된 소식을 전하는 기쁨이 나와 직원들을 신나게 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 싶다”
예전에 한 재중동포가 건축 현장에서 못에 발이 찔린 적이 있다. 그는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한 채 결국 파상풍으로 세상을 떠났다. 감기를 치료하지 못해 폐렴이 되고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도 있었다. 그들을 볼 때마다 ‘병원에 갔더라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 동안 한국에서 사망한 외국인노동자 중 1천5백여명이 내 손을 거쳐갔다. 외국인노동자 장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서류 발급과 번역 및 공증, 외교통상부와 대사관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질병으로 사망한 이들의 경우엔 엄청난 병원비와 영안실비, 장례비가 큰 장벽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1년씩 방치되고 부패한 시신을 넘겨받아 코를 싸매고 장례를 치러야 한다. 재중동포의 시신은 대부분 화장을 한다. 동남아시아나 이슬람권 노동자의 시신은 방부 처리를 한 뒤 함석 관에 실어 특수화물 항공권을 사서 본국으로 보낸다.
열심히 장례를 치르다 보면 아무런 보상도 없이 방치된 시신들만 줄을 서기도 한다. 어떤 날은 3~4구의 시신을 처리하느라 장의차를 부를 돈이 없어 화물차로 나르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불법 체류자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건강보험에도 들어 있지 않고 일반진료비는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홍수에 빠져 목말라 죽었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한국에는 병원과 약국, 의사와 약사가 홍수처럼 넘치는 데도 이들은 제대로 치료 한 번 못 받은 채 죽어가고 있다. 장례 치르는 일도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고 의미가 있는 일이었지만 어느 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생각이 들었다. ‘죽기 전에 치료만 제대로 하면 살릴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무료 진료소를 열어 진료와 투약은 했지만 응급, 입원, 수술환자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부탁할 만한 의사들은 이미 진력이 나도록 요청을 했다. 더 이상 아쉬운 소리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직접 병원을 세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런 문제의식이 기도가 되고 믿음의 싹이 되었다. 오직 하나님만이 나의 간절한 소원을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회의 석상에서 병원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 직원이 나서서 반대했다. “의사가 병원을 만들어도 문을 닫는 곳이 많은데 당신은 의사도 아니면서 돈도 없는데 어떻게 병원을 만들고 유지하려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 싶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 후 2004년 7월 22일 세계 최초로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 문을 열었다. 진료실과 수술실, 입원실, 물리치료실이 들어섰다. 검사실과 약국, 외국인 전용 치과와 한의원도 만들어졌다.
우리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와 재중동포만 받는다. 진료와 검사, 수술과 입원 등 모든 것이 무료다. 4년 동안 13만 명이 넘게 진료를 받았고 지금은 매일 250여명이 진료를 받고 있다. 퇴원 후에도 쉼터에 머물며 무료로 숙식을 제공받고 계속 치료 받는 이들이 300여명에 이른다. 나는 병원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 이는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귀한 생명들을 살리는 일이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반한 감정을 불식시키고 친한 감정을 세우는 민간외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육신의 치료와 함께 복된 소식을 전하는 기쁨이 나와 직원들을 신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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