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에겐 인권도 없나
몇 년 전, 어느 TV코미디프로그램 가운데 ‘블랑카’라는 코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한 개그맨이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블랑카’로 분해 한국에서 일하며 겪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하지만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대목들도 적지 않았다. 반향을 일으킨 건 한국사회의 모순과 차별, 편견을 은근하지만 적나라하게 꼬집었기 때문이다. 그의 어눌한 끝마디는 언제나 “사장님 나빠요∼.”
이를 단지 TV프로그램의 소재로, 공장이 많은 다른 지방의 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제주지역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고, 그들을 냉대하는 ‘나쁜 사장님’이 적지 않아서다.
제주이주민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외국인노동자들의 고충처리 상담 실적이 432건에 달한다고 한다. 유형별로는 업무 부적응에 따른 사업장 이동이 66건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임금체불 64건, 폭행 피해 39건 등의 순이다. 여기에 몸이 아파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19명이 의료상담을 요청했고, 퇴직금 미지급 11명, 부당해고도 10명에 달했다.
이처럼 그들이 근로자로서, 아니 사람으로서의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단지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잘 안 통하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 하나다. 다문화시대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도시라는 바로 이곳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를 아무런 편견 없이 가족처럼 따뜻이 보살피는 사업주들도 적지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돈벌이에 집착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권마저 무시하는 사업주들이 좀체 줄어들지 않음이 큰 문제다. 그들의 행위는 법 이전에 도덕적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제주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현재 1700여 명에 달한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에서 일한다. 경제현장에 국경이 없어지는 마당에 사업주들은 그들을 생산현장의 근로자로 똑같이 인정하고,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마땅하다. 관계당국 역시 외국이 노동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 그들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주에서는 더 이상 ‘블랑카’의 호소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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