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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8-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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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도 미국처럼 다민족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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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도 미국처럼 다민족국가다
/ 김은영 국제부장
최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을 사실상 '인종차별국가'로 지정하고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부끄럽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한 일이지만 우리 스스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 적절한 지적이었던 것 같다. 유엔 위원회가 차별시정을 권고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의 인종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차별과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여성에 대한 학대 문제 등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 내부에서부터 핏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고 있는 터라 국제사회의 충고는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하겠다.
이런 와중에 지난 19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베트남 출신 열아홉 살 신부를 위한 추모대회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베트남 결혼중개업체 소개로 올 1월 현지에서 결혼해 지난 5월 국내에 들어온 이 어린 신부는 한국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스물일곱 살 연상의 건설일용근로자로 일하는 남편(46)에게 '맞아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사체를 부검한 결과, 그의 갈비뼈는 18개가 부러진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죽기 하루 전 남편에게 남겼다는 한 통의 편지는 또 한번 가슴을 치게 만든다. "나는 지금 너무 슬프다…나는 좋은 엄마와 아내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남편에게 잘해주고 싶다. 그런데 당신은 왜 무관심해…베트남에 돌아가면 당신을 용서하겠다."
아주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베트남 신부의 사연은 외국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과 차별의식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비단 이런 경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배타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인종차별의 해소 정도를 묻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조사에서 조사대상 55개국 중 한국이 51위에 올랐던 것은 이 같은 사정을 잘 보여준다.
5월 말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72만여명. 지난해 53만여명보다 35%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숫자는 또 국내 주민등록 인구의 1.5%에 해당한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35.9%로 가장 많고, 이어 국제결혼 이주자 12.2%, 국적취득자 7.5%, 국제결혼가정 자녀 6.1% 등의 순이다.
한국사회가 별 생각 없이, 아무런 반문 없이 되뇌는 구호 가운데 하나가 '단일민족'이다. 한편에서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끼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버릇처럼 '단일민족'이라는 표현을 써오는 사이 우리 내부에선 혈통 중심의 사고가 싹텄고 이 같은 의식은 교육을 통해 거듭 주입되면서 사회전반에서 구조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민족이라는 개념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결합시키고 자기의 존재 의미를 집단적·역사적으로 인식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타자를 구별하고 때때로 타자를 배제·억압하고자 하는 잠재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때때로 혈통과 권위의 승계라고 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게 된다.
인간관계는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한 국가, 나아가 세계사회는 더 그렇다. '너'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나'도 존중받기를 포기해야 한다. 배타와 배제의 냉혹함은 언제나 우리 자신에게로 향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나가서 인정을 받으려면 국제사회가 한국에 들어와서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차별적 관행을 찾아내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각급 학교의 교육부터 다양성의 사회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차이의 당위'를 들먹이면서도 '차별의 폭력성'에 눈감는 사회는 곤란하다. 행복과 사랑과 평화를 나누고자 한다면 '나와 다른 너'를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동행하는 연습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key66@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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