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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3-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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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영원한 친구’ 아세안 끌어안기/신윤환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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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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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 아시아 외교가 강화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밝혔고 오는 6월에는 아세안(ASEAN) 회원국 정상을 제주에 초청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우리나라가 10개국이나 되는 많은 나라의 정상들을 한꺼번에 초청한 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과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아시아유럽회의(ASEM)’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수십개국의 지도자들이 우리나라를 찾은 적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순서에 따라 이들 지역협력체의 총회 개최국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우리 정부가 주체가 돼 단독 초청자의 자격으로 10개국의 대통령과 국왕, 총리 등 최고지도자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이 정상회의는 20년 전 한국과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 관계를 수립한 이래 급속하게 성장해 온 양자관계를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과 아세안은 그 동안 ‘아세안+3’ 창설(1997년),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2004년), 자유무역지대(FTA) 발효(2007년), 한·아세안센터 설립(2008년) 등 양자간의 협력과 교류를 빈번하게 매번 큰 폭으로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조치들을 취해왔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과 동남아는 상호간의 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영역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이제 필요 불가결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가히 ‘통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불가분의 관계가 확립됐다. 한국의 대 아세안 투자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며 한때 우리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제조업체들 수천개가 현지로 진출해 아세안 국가들의 성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교역 파트너로서 항상 3, 4번째 순위를 놓치지 않았던 동남아는 우리에게 부족한 각종 자원의 공급지이자 우리 상품의 시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동남아가 공급해 주는 천연가스·목재·해산물은 우리 의식주 생활의 핵심을 차지하며 우리의 전자제품이나 가전제품은 현지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동남아는 우리에게 두번째로 큰 해외건설 시장이기도 하다.
아세안 회원국인 동남아 10개국을 방문한 한국인들의 수는 2006년 300만명을 넘어선 이래 최대인 중국 방문객 수를 바짝 뒤쫓고 있다. 또 현지 교민사회는 그 수가 30만명을 넘어섰으며 동남아의 모든 나라에서 한두번째로 큰 외국인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한류로 지칭되는 한국 대중문화는 ‘혐한류’의 도전을 받고 있는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동남아에서는 여전히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동남아 속에 자리매김한 한국인보다는 많지 않으나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이주 노동자, 유학생, 외국인 신부는 우리 사회를 좀 더 성숙한 다문화사회로 변화시키는 주역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는 이렇듯 경제사회 분야에서 급속히 확대돼 온 반면, 정치·안보적인 측면에서의 협력은 소홀히 취급되고 그 중요성이 과소평가돼 왔다.
우리의 외교가 지나치게 미국·중국·북한을 염두에 둔 강대국, 동북아, 남북한 문제만 중시했던 탓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들 주변 국가와 강대국들은 우리와 진정한 협력보다는 경쟁관계를 유지하였고 대등하기보다는 불평등한 관계를 강요했기에 장기적인 안보전략이나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구축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역사적 경험, 국력의 규모, 지정학적 위치 등 다자적인 지역안보를 위한 공동협력을 추동할 많은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미국·중국·유럽 등 강대국과는 결코 기대할 수 없었던 ‘진정한 동반자’와 ‘영원한 친구’의 연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지도자들이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이 같은 동병상련의 공통점을 찾아내 양자관계를 정치·안보적인 협력의 수준으로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역사적인 계기를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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