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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3-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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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이주노동자 강제출국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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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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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11일 오후 부산 사상구의 한 다세대 주택. 3.3㎡ 남짓한 작은 방 안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쩐쑤언(31)씨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달 말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강제출국당하기 때문이다.
쩐쑤언씨는 지난달 초 부산 사상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일거리가 없으니 그만두라"는 업체 사장의 말에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그는 현행 고용허가제에 따라 해고된 지 2개월 내에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강제출국 대상이 된다. 출국을 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2개월내 미취업때 귀국' 규정에 불안한 나날
사상공단 150곳·고용센터 돌아다녀도 허탕
고국 가봐야 빚쟁이…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
쩐쑤언씨는 재취업을 위해 부산종합고용지원센터를 찾았지만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급기야 그는 직접 일자리를 구하기로 했다. 한 달 전 해고돼 함께 살고 있는 베트남인 동료 우디안(26)씨와 사상공단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이틀 동안 무려 150여곳의 제조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녔지만 허탕이었다. 경기불황으로 일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쩐쑤언씨는 "한국에 올 때 입국 비용으로 1천500만원을 냈는데 아직 1천만원도 갚지 못해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가면 빚만 지게 된다"면서 "이달 말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베트남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주된 일터인 영세 제조업체들이 경기불황 속에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이들 업체에서 밀려난 이주노동자들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고 있다.
12일 부산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올 2월 말 현재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에서 실직한 이주노동자 수는 4천2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천625명에 비해 1.6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2007년(1천511명)에 비하면 무려 3배가량 급증했다.
현행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주노동자가 2개월 내에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불법 체류자로 강제출국 대상이 된다. 세 차례 이상 사업장을 옮길 경우에도 해당이 된다. 하지만 직장을 잃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경기불황 탓에 '2개월 내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영세 제조업체들이 이주노동자들을 가장 먼저 내보내는 형편인데,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인 만큼 경기가 나아질 경우를 대비해 당국이 무조건 추방만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정귀순 대표는 "현재 부산과 경남지역의 불법 체류자 수는 3만여명으로 추산되는데, 경기불황 속에 이들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의 2개월 이내 재취업과 3회 고용제한 정책이 불법 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부산과 경남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평등을 위한 이주민 연대'와 '㈔이주민과 함께' 등의 단체는 지난 9일 재취업 2개월 제한 규정과 고용보험가입 의무화, 불법 체류자 강제단속 즉각 중단 등의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청와대와 노동부·법무부 장관, 국회의원 등에 제출했다. 김진성·박진국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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