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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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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문제 적극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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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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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먼 나라에서 6년 전 일어났던 사건을 머리에 떠올린다. 프랑스 파리의 외곽도시인 클리시 수 부아에서 2005년 벌어진 소요사태가 그것이다. 이곳에서는 2005년 10월27일부터 한 달간 격렬한 이주민의 시위가 벌어졌다. 아랍계 청년 2명의 사망으로 촉발된 시위는 곧 전국으로 번졌고, 사태 발생 11일 후 프랑스 정부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른다.
그 시위로 전국의 차량 1만여대와 건물 300여채가 불탔으며 3000여명이 체포됐다. 사회 혼란을 야기한 것은 물론이고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의 지출로까지 이어졌다. 이후에도 규모는 작지만 비슷한 시위가 프랑스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유럽에서 가장 오랜 이민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이른바 ‘이민자의 천국’이라고 알려진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경기도 안산ㆍ시흥 주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 간의 패싸움이 벌어진다. 그리고 외국인들 때문에 무서워 밤에는 집 밖으로 못 나간다는 주민들의 호소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극히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아직까지 그 직접적인 피해자는 외국인 노동자들 당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하고 일부 신문에서 자그마한 기사로만 취급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절대로 작은 문제가 아니다. 잘못하면 메가톤급 사회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올바로 대처해야 하는 문제다.
한국은 이미 거주 외국인 수가 140만명에 달한다. 40년 전부터 다문화교육 등을 실시하며 이주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이른바 ‘다문화 선진국가’인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해외 이주 노동자들은 거의 ‘무방비상태’에 놓여 있다. 그들에게 적극적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은 외국의 조직폭력배들뿐이다. 외국에 근거를 둔 조폭들은 자국민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진출해 자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한다. 당연히 피해 당사자는 이주 노동자들이다.
게다가 다문화 교육과 인식 부족으로 이주 노동자들을 향한 한국인들의 시선은 아주 싸늘하다. 간간이 텔레비전에서 성공한 다문화 가정의 예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 속할 뿐이다. 그보다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귀화 한국인 구수진씨가 겪은 일이 더 일반적이다. 구씨는 지난달 25일 집 근처 사우나를 찾았다가 외국인은 출입이 안 된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것은 구씨만이 겪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은 한국에서는 보편적인 정서에 속한다.
그러니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시선이 가뜩이나 차가운 상황에서 그들이 폭력 사건에 자꾸 연루되니 부정적인 인식은 거듭 증폭된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완벽한 소외계층이 된다.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경찰들뿐이며, 그것도 폭력사태와 관련된 일일 뿐이다. 그나마도 한계가 있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책도 부실하고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없는 가운데 외국인 보호단체의 눈치도 봐야 하는 딱한 입장에 있는 것이 경찰이기 때문이다.
그런 처지에서 진짜 딱한 것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다. 자국출신 조폭에게 시달리고 한국인 주민들로부터는 외면을 당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경찰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언제까지 그렇게 딱한 처지에 머물러 있을 리는 만무하다. 그들은 곧 무서운 반사회, 반 대한민국 집단으로 변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더욱이 한국은 지금 온갖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 조장을 목적으로 하는 세력도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외국 조폭들만의 표적이 아니라 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때 그들은 계급적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소외된 그들, 정치적으로도 무관심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그들은 휘발성이 높은 폭발물이다. 그들의 분노가 폭발할 때 우리가 겪게 될 일은 거의 재앙수준이 될 수도 있다. 수십년 전부터 다문화 교육 등을 통해 이주민 동화 정책을 실시해온 프랑스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우리가 겪을 소지가 다분히 있다.
이주 노동자 문제는 그 위험이 아주 클 수도 있을 만큼 범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중대한 문제다. 경찰만이 폭력에 단호히 대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단순히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심어주어야 함과 동시에 한국인들의 문화적, 인종적 편견을 시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인과 동등한 법적 지위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니 이주 노동자 문제는 단순히 정부의 한 부처에서 전담 처리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는, 아주 시급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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