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외국인종합복지관 > 외노관련뉴스 > 원곡동’은 외국인 범죄 온상인가?

경기 안산시 ‘국경없는 마을’ 르포, “이곳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곳에서도 발생”

외국인 노동자가 길거리에 모여 있는 것 자체가 주민들에게는 모종의 위화감, 위협을 주기도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길거리 술자리가 때로는 싸움판으로 바뀔 때도 있다.

"저기 뒤에서 큰 사건이 있긴 했죠. 그렇다고 ‘무법천지’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과장입니다. 살벌하고 그런 건 없습니다. 가끔 외국인들끼리 술 마시고 싸우는 일은 있지만, 그런 건 사람 사는 데선 다 생기는 일 아닌가요.”

임승원 원곡본동 동장(53)의 말이다. ‘국경없는 마을’이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알려진 경기 안산시 원곡동은 대표적인 외국인 노동자 밀집거주지역. 다만 한 가지, “쓰레기봉투 분리 수거가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는데 지속적으로 계도 중”이라고 덧붙인다. 그가 언급한 큰 사건은 올 초 일어난 중국 교포의 토막살해사건. 당시 원곡동 주민들도 그 끔찍한 사건이 동네에서 벌어졌다는 데 깜짝 놀랐다고 그는 덧붙였다.

올 6월, 한 주간지가 연초 일어난 사건을 거론하며 원곡동을 ‘해 떨어지면 무법천지’‘치안부재’로 묘사하면서 외국인 범죄의 온상처럼 회자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안타까워했다. 분식가게를 하는 한 한국인 상인은 “나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빵만 만들어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외국인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편견은 내가 봐도 심하다”고 말한다.

“치안은 잘되고 있다, 소문은 와전”

경기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의 거리.

SBS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의 외국인 범죄 보도의 문제점을 다룬 뉴스메이커 보도(749호)에 대해, ‘뉴스추적’의 논지를 옹호하는 이들은 기자에게 “원곡동에 와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기자는 갔다. 밤이 되자 원곡동의 거리는 전철을 타고 모여든 사람들로 다소 활기를 띠었다. 첫눈에 봐도 서남아시아계로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 네댓 명에게 다가갔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인터뷰는 실패했다. “한국말 잘 못해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손짓 발짓으로 구제 청바지를 파는 옷가게에 바지를 사러왔다며 지나갔다. ‘국경없는 거리’의 공원 입구에서 만난 다소 불량스러워 보이는(?) 중국인 남녀 세 사람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일부러 그러는 것일까. 이날 원곡동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그저 자기 볼일만 볼 뿐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길거리에서 술판을 벌이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름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카페나 술집에 가질 않고 길거리에 모여 앉아 술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주말에 갈 데도 없고 술 한 잔 걸치면 욱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겠어요? 그치들도 한참 혈기왕성할 때인데. 그러다 보면 피치 못할 불상사도 있어요. 근데 그건 어디든 있는 현실이잖습니까.” 안산경찰서 원곡지구대 팀장을 맡고 있는 이강원 경기반장의 말이다. ‘무법천지’라는 말에 그도 “치안은 잘 되고 있다”며 펄쩍 뛰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모든 범죄가 줄었어요. 알려진 사건 말고 누가 죽였다거나 미쳤다거나 그런 ‘소문’은 지나가던 이야기가 와전된 겁니다.”

“동남아인 범죄 한국인보다 적다”

뉴스메이커의 보도와 관련, 다양한 반론이 제기되었다.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불법체류자에 의한 외국인 범죄가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언론·외국인지원단체들의 온정주의 시각으로 이들의 ‘불법행위’가 방치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가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일부 관련 커뮤니티에는 뉴스메이커의 기사를 반박하는 통계수치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것은 사실일까.

“저희 센터는 외국인 인권단체지, 범죄자 인권단체가 아닙니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한국의 실정법에 어긋나는 잘못을 했다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소장의 말이다. 그렇다면 ‘불법체류’는 범법(犯法)이 아니라는 말일까. “불법체류자는 단속하면 교도소가 아니라 외국인 보호소로 갑니다. 그곳에서 출국을 위해 대기하는 것이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교도소로 가잖아요.” 출입국관리소에서 용어상 불법체류자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출입국관리법 위반자’지, 형사범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이를테면 노점상의 경우 도로교통법을 위반했지만 형사범이 아닌 생계형이라는 점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진짜 형사범은 조직폭력배죠. 외국인 범죄의 핵심은 외국인 조직범죄인데, 거기엔 손을 놓고 있어요. ”

통계수치 문제. ‘뉴스추적’이 재구성한 통계수치는 경찰청이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뉴스추적’의 그래프에선 2005년 대비 2006년도에 성폭력 62%, 살인 71%가 늘어나는 등 외국인 범죄가 날로 폭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이 통계수치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살인의 경우 2004년도에 60건에서 2005년도에 42건으로 18건이 줄었다. 이게 2006년에는 72건이 된 것이다. 71%로 폭증했다는 것은 시계열적 추이가 아닌 일부 지엽적 결과에 기초한 단순 통계조작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통계의 진실’은 무엇일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법무부의 수탁을 받아 2005년 ‘불법체류자 문제를 포함한 외국인 범죄의 현황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연구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에서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방글라데시, 타이,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은 소득수준이 높은 국적의 외국인에 비해 현저하게 범죄발생지수가 낮으며, 동시에 한국의 성인평균 범죄 발생자 수에 비해서도 매우 낮다”며 “불법체류 외국인의 증가가 외국인 범죄의 심각화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오히려 보고서는 “불법체류 외국인들 대부분은 국내에서 범죄를 발생시키는 위험요소라기보다 열악한 생활환경과 문화적 차이로 내국인에게 범죄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범죄 피해 취약집단”이라고 말한다.

연구를 진행한 최영신 박사(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연구 과제를 맡긴 법무부가 원하는 방향과는 달랐지만, 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통계를 왜곡하지 않았다”며 “전체 외국인 범죄는 늘었지만 연구 결과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범죄도 늘어난 것이며, 위험한 수준으로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토막살인 사건이나 어린이 유괴살해범죄·치정사건 등은 사건이 던지는 충격파에 비해 발생 빈도도 간헐적이지만 객관적 지표로 설명이 안 되며, 근본적으로 예방이 어려운 범죄”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특정 문화적 습성으로 환원해 설명하는 것은 가능할까. 그는 “파키스탄은 조사 결과 굉장히 낮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런 설명은 왜곡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오히려 불법체류자의 경우 숨어서 조용히 지내기 때문에 그들이 약자라는 것을 악용한 고용주 등 가해자들에게 범죄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은 강간 등의 피해를 보고도 불법체류 신분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남는 문제. 일본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지문날인을 시작했으니 한국도 해야 한다(?). 내국인은 전체가 지문날인을 하고 있는데 일종의 역차별이 아닌가. 김승욱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검거 효율성도 없을 뿐 아니라 정부도 지문날인이 인권침해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제도를 도입한 지 40년이 되는 내년에는 지문날인을 철폐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세계에서 전 국민이 지문날인을 강제당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데, 그런 인권 침해를 우리도 당하니까 외국인도 당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