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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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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별로 짚어보는 칼럼] 다민족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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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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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별로 짚어보는 칼럼] 다민족 사회
지난해 4월 ''어머니의 조국'' 한국을 방문한 하인스 워드가 ''혼혈 아동 희망 나누기'' 행사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화 … 민족문화 '폐쇄 → 개방'으로 이동을
한국 사회에는 이미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다문화를 받아들일 준비는 갖추지 못한 상태다. 농촌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가 날로 늘어나는 데도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를 그곳 출신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일조차 벌어지곤 한다. 이런 식으로 다른 문화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세계화의 마당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도 간직해야 할 게 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자리매김된 삶의 방식과 사고체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청나라를 만든 만주족의 현실을 보라. 한족에 동화되는 바람에 정체성은커녕 존재조차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언어만 해도 그렇다. 국제어인 영어, 주요 교역 상대국 언어인 중국어와 일본어가 중요하다고 한국어를 홀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어가 흔들리면 민족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일민족을 고집하지 않는 개방적인 민족문화는 오히려 권장할 덕목이다. 그것이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를 누려야 할 지구촌 구성원들에게도 유익하기 때문이다. 종이 다양할 때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 다양한 민족문화는 세계적 차원에서 요구되는 문화적 종다양성의 존립 근거가 된다.
세계는 단일종의 꽃밭이 아니라 백화가 만발한 정원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 역사 속에서 자리매김된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지켜나갈 일이다. 한국 사회에 들어온 다양한 꽃들을 가꾸어 가되 순혈주의는 뛰어넘자는 말이다.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는 게 정체성을 잃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자문화·자민족 중심주의는 타자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전승돼 온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위태하다. 다양성과 개방성의 대세 속에서도 정체성이라는 이름의 ‘중심잡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강현(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
◆생각 플러스: 세계화 시대에 민족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라.
경제 … '세계가 하나의 시장' 의식 키울 때
얼마 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사회에 인종적· 민족적 우월성을 내세우는 배타적 관념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다른 국가·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의식을 갖추라고 지적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세계화는 세계가 하나의 시장에 편입된다는 말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는 치열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와 기업이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요컨대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재와 아이디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능력이 있다면 언어·인종·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채용해야 하며 다문화를 적극 수용해 문화·경제적 융합을 이뤄야 한다. 다양한 기술과 요소를 하나로 합치는 이른바 ‘컨버전스(convergence)’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타 인종과 문화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주 노동자 차별은 물론 무분별한 문화 모방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우리만의 사회적·문화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인종·다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화 시대에 국가 이미지를 추락시킴으로써 국가 경쟁력까지 갉아먹는다.
따라서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맞아 단일민족이라는 허상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히 ‘세계시민’이란 마인드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외국인의 국내 이민·취업·유학 관련 법률을 보다 개방적으로 정비하고, 문화 교류 사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민족관과 다문화 수용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을 펼쳐나가야 한다.
개인 역시 다른 문화와 인종에 관한 정보를 학습해 세계인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행동양식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다문화 사회에 수동적으로 적응해 갈 것이 아니라 다인종·다문화 현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한류’가 일본·중국 등 아시아에서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에겐 우리가 모르는 잠재력이 있다. 양광모(휴먼테크연구소장)
◆생각 플러스: 다문화 수용 능력을 기르기 위해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아 제시하라.
교육 … 인종·민족에 대한 편견 바로잡아야
가수 인순이.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은 최근 15년 사이에 약 50배나 증가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 이민자 가족에서 8만 명에 이르는 혼혈 아동이 자라고 있으며, 2014년이면 농촌 지역 어린이 중 약 40%가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갈수록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주민이 늘고 다국적 기업과 교육 분야의 전문 인력이 증가하는 데다 유학생과 관광객의 증가로 외국인이 전체 인구 수의 1%를 차지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다인종·다문화 사회가 도래했음에도 한국인의 의식 속에는 ‘단일민족국가’라는 개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식민 지배와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국민통합을 위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며 민족의 우월감을 고취시켰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편견을 키워왔다.
이런 배타성은 나와 다른 상대방을 차별하는 행태로 이어졌다. 학교에서는 자신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하고, 직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 대우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각자의 의식 전환과 법적·제도적 보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지구촌에서 살아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문화 교육이다. 그런 점에서 1989년 유엔이 채택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는 되새겨볼 만하다.
“협약 당사국은 아동이나 그 부모, 후견인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의견, 민족적·인종적·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여부, 태생, 신분 등의 차별 없이 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아동에게 이를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본·기술의 국경 없는 이동으로 이민 인구의 발생은 이제 거스를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종교 분쟁과 테러로 번질 수 있는 문화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문화 교육이 필수다. 아울러 차이와 차별을 구별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관용과 화해의 덕목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켜야 할 때다.
하주호 교사(동북고·사회)
◆생각 플러스: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할 때 지켜야 할 덕목과 기준을 제시하라.
사회…자문화 중심주의, 세계화에 걸림돌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부분 사람은 자기 문화를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며, 자신들의 규범과 가치를 표준으로 삼아 다른 문화를 평가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것을 자문화 중심주의 또는 자민족 중심주의라고 한다.
자기 문화가 가장 좋다는 태도는 사회의 통합과 안정에 공헌할 수 있지만 오늘날 사회의 존속을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자문화 중심주의적인 편견은 오히려 세계화 시대의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행위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그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문화의 차이와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간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식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의 노인들은 자식들이 성장한 후 독립해 살아나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들은 남은 재산으로 양로원으로 들어가 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양로원은 돌보아 줄 자식이 없는 경우에만 가는 곳으로 인식됐다. 즉, 서양 사람들과 우리는 같은 현상을 두고 각기 다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나라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그 사회 또는 문화의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태도를 문화 상대주의라고 한다. 오늘날 문화 상대주의는 다른 사회나 문화를 탐구하는 사람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을 상대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수적인 것으로 대두하고 있다.
또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보다는 오히려 강대국이나 선진국의 문화를 더 높게 평가하거나 동경하는 문화 사대주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외국의 기술이나 도구가 우리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어느 나라의 것이든 상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러한 경향이 국산품을 외면하고 외제를 선호하는 태도로 이어진다면 국제 경쟁에서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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