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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1-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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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5인이 털어놓은 ‘한국살이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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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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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지난 1일 경기도 안산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났다. 한 자리에 앉아 한국살이의 어려움과 노동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했었다.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자 불법 체류 중인 한 명이 도망치듯 사라졌다. 남아있던 노동자들도 처음에는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밟은 이들마저도 두려워하며 속마음을 털어놓기 꺼려했다. 무엇이 그들을 움츠러들게 한 것일까. 결국 몽골·필리핀·스리랑카·케냐·중국에서 온 5명이 김희연 기자의 사회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희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말이 서툴러도, 한국 문화에 대해 익숙해질 때까지 좀더 이해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받으며 낯선 땅으로 올 적에 고국에서 품고 온 꿈 한가지씩을 이루고 싶다고도 했다. 이들 중에는 “한국의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일은 이주노동자들이 하고 있다”는 `정보'를 `기회'로 생각하고 온 이도 있었고, `차별과 위험'을 각오했지만 막상 지독한 경멸과 비상식적인 일들을 겪으며 분노와 좌절감에 빠진 이도 있었다.
|돈도 벌고 꿈도 펼치고 싶어
사회(김희연 기자)=본국에서는 무슨 일을 했습니까.
비암바(몽골)=대학에서 전기관련 전공을 해서 철도회사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했습니다. 임금이 한달 20만원이 채 되지 않아 생활이 어려웠어요. 몇년 고생할 생각으로 돈 벌려고 왔지요.
왕푸윈(중국)=랴오닝성이 고향인데 옥수수 농사를 짓고 살았어요. 1년간 농사지어 얻는 총수입이 180만원 정도였습니다. 부모님, 형님 내외, 여동생, 처와 딸 등 부양가족이 많아요. 도시로 나가 날품도 팔아봤지만 벌이가 시원찮고 일자리도 없었어요. 한국에서 몇 년간 일하고 중국에 돌아와 큰 부자로 살고 있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결심했죠.
페리(케냐)=케냐에서 수의학을 공부했어요. 동물병원에서 일도 했죠. 한국에서 수의사가 되고 싶어서 2004년에 왔는데 일단 언어부터 익혀야 할 것 같아서 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1년간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학비가 너무 비싸 감당이 안됐어요. 우선 일을 해서 돈을 모으자고 생각했습니다.
프라사냐(스리랑카)=2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왔습니다. 한국에 기회가 많다는 얘기도 들었고 저를 받아주는 곳이 여기밖에 없기도 했어요.
길버트(필리핀)=필리핀 삼성전자에서 일했습니다. 2년제 대학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전공했고요. 더 큰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4개월 전에 한국에 왔어요.
|인격적 멸시와 차별 속에 고통받아
사회=한국에 오기 전 알던 한국과 다른 점이 있나요.
페리=케냐에선 대우 같은 큰 회사의 이미지가 강했고 모바일 산업과 전자산업이 무척 발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어요. 저도 무술을 배웠는데 태권도가 강하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사람들이 친절할 것이라고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별로 그렇지 않았어요. 특히 말로 하는 차별이 너무 많죠. 아프리카인에 대해서 유독 심한 것 같습니다. 뭘 모르면 쉽게 무시하고 화내고 서로 다른 점이 있는데 아예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을 때가 많아요. 정말 차가운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음주문화 적응도 어려웠어요. 술자리에서 모든 얘기가 오가니까요. 평소에는 얌전하던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시끄러워지고 과감해지더라고요. 물론 춤추고 노래하면서 잘 노는 모습은 잊기 힘든 즐거운 기억이기도 해요.
왕푸윈=저는 일하다가 다치면 쫓겨난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랬어요. 서울 영등포에 있는 기계제작소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11월 크게 다쳤어요. 철판에 구멍 뚫는 일을 했는데 옆에 쌓아놓은 철판이 무너지면서 오른쪽 다리가 깔렸습니다. 철판을 옮기는 운전기사가 잘못해 난 사고였어요. `분쇄성 골절'을 입었는데 다리뼈가 산산조각이 났죠. 다친 후에 5개월간 병원에 입원했고 퇴원해선 갈 곳이 없어 회사 기숙사에 머물렀어요. 사고난 것이 제 잘못은 아니었지만 정말 눈치보였어요. 고용 계약 기간인 1년이 끝나는 날 쫓겨났어요. 그동안은 산재보험으로 월 80만원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보상비를 받지 못했어요. 고향에 있는 아내가 심장병을 앓고 있어서 아직 비밀로 하고 있어요. 건강히 잘 일하고 있는 줄 알고 있는데 장애인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프라사냐=저는 한국에 사계절이 있고 일자리가 많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길버트=한국의 3D 일은 외국인들이 다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참석자들은 `3D가 뭔지 아냐'고 서로 물으며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일할 기회가 많다고 들었어요. 필리핀에서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좋거든요. 다들 삼성에 취직하고 싶어하고요. 근로조건도 좋았어요. 그래서 힘들 수도 있지만 한국에 가면 여러가지 경험도 해보고 선진문화와 기술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직 온 지 4개월밖에 안돼서 어떤 곳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다만 언어장벽이 큰 것 같아요. 한국인들은 한국어를 모르면 굉장히 무시해요. 소리지르고 욕도 많이 하며 바보라고 놀려요. `xx새끼'라는 말을 많이 하죠. 필리핀에서는 누가 말을 잘 못하거나 뭘 모르다고 해도 절대 그렇게 화내거나 욕하진 않아요. 필리핀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일이 많아요.
비암바=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면 90만원 이상은 벌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78만6480원)만 받고 일했어요. 자정까지 일할 때가 많았어요. 새벽 1~2시까지 잔업해야 할 때도 많았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면 “당장 돌아가라!”고 했어요. 몸이 피곤해도 쉬지 못하니 괴로웠습니다.
|취업을 위한 선택의 기회 적어
사회=한국에 입국하고 취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왕푸윈=취업입국을 위해 큰 돈을 썼습니다. 약 600만원을 써서 겨우 올 수 있었어요. 친척들이 조금씩 빌려줘서 어렵게 마련했는데 아직 한푼도 갚지 못했어요.
프라사냐=일자리는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취직은 잘 안돼요. 저는 산업연수생으로 왔는데 일자리를 제 마음대로 구할 수 없어요. 노동부에서 추천하는 회사도 갈 수 없어요. 중소기업협회에서 정해주는 곳으로만 가야 해요.
길버트=열심히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중이에요. 일단은 제가 한국어가 서투니까 빨리 언어문제를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전 필리핀 삼성전자에서 1년 반 동안 정규직으로 일했는데 여기선 그런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전자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 생기는 대로 그 일을 해야겠죠.
비암바=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산업연수생 신청을 하고 난 후 1년간 기다렸다가 오게 됐습니다. 몇년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하고 빨리 가려고 돈을 쓰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한겨울 스티로폼 한장 깐 컨테이너 박스가 쉴 곳
사회=임금, 근로시간과 작업 환경은 어떤 편인가요.
페리=전 주로 농장에서 일했어요. 비닐하우스에서 무와 배추 등을 기르기도 했고요. 농삿일이라 새벽부터 일이 시작됐는데 근로시간이 길어져도 받는 돈은 똑같아요. 밤 늦게까지 작업이 계속돼도 `언제 가라, 언제 끝난다'는 말도 없어요. 왜 길어지는지, 돈을 바로 못주면 왜 못주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지 않았죠. 처음 얘기했던 것과 다른 일을 시키는 경우도 많았어요. 아예 돈을 못받는 일도 많았죠. 지금도 3개월 동안 일했던 농장에서 돈을 못받고 있어요. 다쳐도 혼자 알아서 해결해야 했어요. 제 손을 보세요. 이 상처들이 다 일하면서 생긴 거예요. 손바닥, 손등에 옹이가 박이고 터졌죠. 이제 웬만큼 다쳐서는 아프지도 않아요. 사실 아프면 바로 해고돼요. 복지요? 복지란 건 없어요. 한달 내내 일하면 이틀을 쉴까, 말까 했죠. 한국노동자들은 주말에는 쉬게 해주는데 같이 일하면서도 외국인들은 쉬지 못하게 했어요. 우리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그들은 정말 몰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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