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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1-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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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온 이들을 위한 ‘완소’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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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온 이들을 위한 ‘완소’ 카페
[서울] “고향 음악을 들으며 차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곳곳에 고향 냄새가 나는 물건들을 보며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캄보디아에서 바다 건너 한국으로 온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쏘쏘리씨(29·여)에겐 여전히 이곳 생활이 낯설다. 아무리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익혀 봐도,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문화가 늘 그립기만 하다.
다문화 가족의 휴식처, 성동구에 탄생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안식처가 생겼다. 바로 1월 19일 서울 홍익동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지하 1층에 개장한 ‘다문화카페’다. 이곳은 성동구에서 활동하는 다문화가족의 건의를 받은 성동구가 예산을 지원해 만든 다문화가족의 휴식처라고 한다.
현재 서울 성동구에 등록한 외국인 거주자는 8000여명. 게다가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지역의 외국인 수는 많은 편이다. 현재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의 방문객은 연간 1만7000여명 수준이라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온 쏘쏘리씨와 석미애씨가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지하 1층에 개장한 다문화카페를 둘러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이제 그들에게 새로운 안식처가 생겼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김세정 담당자는 “그 동안은 다문화가족들이 함께 모일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의 한국생활에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다문화카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담당자는 “이젠 다문화가족들이 다문화카페에 모여 차를 마시며 고향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담당자로서도 무척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다문화카페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주말에 문을 여는 것은 주중에 찾아오기 힘든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측에선 매주 평균 300여명 이상이 다문화카페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문화가족들에 의한, 다문화가족들을 위한 공간
개장 첫 날, 다문화카페에 가봤다. 이주 여성들이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15여m²의 아담한 공간에는 베트남과 태국 등 여러 나라의 아기자기한 소품이 빼곡했다.
다문화카페는 여러 나라의 문화를 담은 소품과 사진 등을 전시해 이주민들의 안식처로 다가섰다.
다문화카페는 다문화체험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이곳에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 10개국의 사진과 옷 등을 전시해 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나라별 도서 200여권를 비치하고, 나라별 음악CD 20여장과 영화 10편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같은 사진과 옷, 책 중에는 다문화가족들이 기증한 물건이 많다고 한다. 원래 센터측에선 모두 구입해 이곳을 꾸미려 했지만, 국내에서 그 같은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 이 사실을 안 성동구외국인근로자센터 다문화가족들이 직접 나서 자신들이 가진 물건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덕택에 볼거리와 추억거리가 많은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실제로 카페를 둘러보던 이주여성 중에는 고향의 책과 음반을 기증하고 싶다고 밝히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다문화카페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고향을 추억하는 이주여성들의 모습.
이곳에서라면 다문화가족들이 고국의 푸근한 정서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임신 중인 쏘쏘리씨는 “뱃속의 아이에게도 나의 고향을 소개했다”며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다문화카페에 자주 들러 고향 음악도 들려주고 책도 읽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의 한 여성은 베트남 풍경 사진 속 의상을 보며 “나도 예전에 저 옷 입고 다녔는데, 그 때 참 예뻤다”며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카페에서 만나는 다문화
센터측에선 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해 다문화정보화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다문화가족들은 언제든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고국에 있는 친구·가족들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
특히 앞으로는 내부 공간을 강의실로 활용해 다문화가족이 참여하는 다양한 다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우선 나라별 전통음식을 만들며 다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센터측에선 고향을 떠나 한국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족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프로그램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향인 캄보디아의 사진을 소개하던 석미애씨는 오늘 “완전 소중한 카페가 생겼다”며 기뻐했다.
다문화가족들의 안식처가 되길
캄보디아 출신 석미애씨(26·여)는 “더 이상 한국 생활이 외롭고 낯설지 않을 것 같다”며 “앞으로 다문화카페에서 고향의 향수도 느끼고 많은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하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벽에 걸린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진을 가리키며, “저기가 바로 내가 살던 곳이에요”라고 외쳤다. 그녀는 “한국, 정말 고맙다”며 ”이곳은 우리들에게 완전 소중한 카페”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 여성은 이 작은 공간에서 소소하지만 커다란 정을 느꼈을 것이다.
다문화카페가 생긴 덕분에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해맑게 웃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웃음이 전국의 다문화가족들에게 널리 퍼지길 바란다.
정책기자 정지은 jesther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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