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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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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당한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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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당한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한숨
【전주=뉴시스】 1인당 국민총소득이 채 500달러가 되지 않는 방글라데시는 지구상 최빈국 중의 하나다. 산업시설과 유명 관광지 등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고, 국민들의 교육수준도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 나라. 그래서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올해 스물여덟 살의 아민(AMIN)씨. 그 역시 오로지 돈을 벌겠다는 이유 하나로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인 중의 하나다.
▲고국보다 훨씬 많은 보수, 건강만 허락하면 무엇이든 참아.
2005년은 아민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진짜배기 겨울이었다. 열대의 방글라데시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아민에게 한국의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추위에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벌벌 떨어야 했어요. 추워서 일을 제대로 못하자 사장님도 저를 싫어한 적도 있어요." 그를 춥고 힘들게 만든 것은 날씨 뿐 만이 아니었다. 쉴 새 없는 고된 노동과 이질적인 한국의 문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아무리 봐도 똑같은 거리. 그리고 그 보다 훨씬 더 심한 한국 사람들의 편견은 그 해 아민의 겨울을 더욱 춥고 외롭게 만들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돼지고기를 제외한 쇠고기와 양고기 등 육류를 많이 먹는데 여기 와서는 많이 먹지 못했어요. 그리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많았지요." "말이 통하지 않고, 지리를 몰라 겪었던 웃지 못 할 일도 있었어요. 한 번은 5000원이면 갈 거리를 택시 기사가 빙빙 돌아가는 바람에 3만원을 주고 내린 적도 있었지요. 그 땐 한국 사람들이 모두 나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었어요. 또 거리를 걸어가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눈빛들도 한국생활을 힘들게 했어요." 아민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일을 한 곳은 경기 안산의 한 금속가공 공장이었다. 아민보다 앞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던 친구의 소개로 들어간 공장에서는 월 180만원이 주어졌다. 방글라데시의 소득 수준을 가늠해 볼 때 아민에게 주어진 급여는 결코 적지 않는 보수였다.
더욱이 회사에서는 숙식까지 해결해줬으니 아민은 아껴 쓰고 절약해서 적지 않은 돈을 가족에게 보낼 수 있었다. 가족에게 보낸 돈은 아민만의 비밀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아민의 가족은 옷감을 만드는 일을 한다. 일종의 가족기업 같은 것이다. 하지만 아민 가족은 생각만큼 사업이 잘되지 않아 적지 않는 빚을 지고 있다. 그 중 상당수를 매달 아민이 갚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빨리 가족들이 빚을 다 갚고, 돈도 많이 벌어서 다함께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열심히 일을 해야죠." 그렇게 금속가공 공장에서 2년여를 일했을 때 아민은 건강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됐다. 공장 내부의 좋지 않는 공기가 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병원에서 나쁜 공기 소에 장시간 일을 해 기관지와 폐가 좋지 않다고 했어요. 다른 것은 다 견딜 수 있었지만 건강만큼은 희생할 수 없어 직장을 옮기기로 결심했지요." 의사에 진단 결과에 따라 아민은 결국 고수익이 보장된 안산의 공장을 뒤로 하고, 전북 군산에 있는 한 식품 생산 업체로 일터를 옮겼다. 군산 식품 생산 업체는 상대적으로 금속가공 공장보다 일은 쉬웠지만 보수는 월 120만원으로 60만원이나 줄었다.
"안산에서는 집에 돈도 많이 보내고, 용도도 많이 썼어요. 그런데 군산 오면서부터는 집에 하는 송금도 용돈도 크게 줄었지요. 그래도 방글라데시보다는 훨씬 많은 보수이기 때문에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어요."
▲뜻밖의 사고, 불행의 시작인가 올해 3월9일은 아민의 한국 생활 중 가장 충격적인 날이었다. 평소처럼 제품을 포장 처리를 하던 아민은 동료 직원의 실수로 왼손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의 한마디씩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정말 끔찍했어요. 작업 선반에 날카로운 체인이 있는데 동료가 잘못해 스위치를 누르는 바람에 두 손가락을 크게 다쳤어요." 사고 즉시 아민은 전주의 한 접합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아민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 병원 치료비는 회사가 들어놓은 보험에서 처리해 아민에게는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면 아민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진다. 이제까지 일 해왔던 일터에서 계속 근무를 할 수 있을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수술이 잘 됐다 해서 마음이 놓여요. 하지만 정상적으로 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걸릴지 몰라요. 다 낫는다고 해도 회사에서 그대로 일을 시켜줄지 보장이 없어요." 병원에 입원을 하고, 통원 치료를 받는 동안 먹고 살아갈 것도 문제다. 회사에서 봉급을 준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월급을 줄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먹고 사는 것도 걱정이지만, 매달 가족에게 돈을 보내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민의 걱정은 이 뿐 만이 아니다. 만약 아민의 직장에서 고용을 보장 받지 못할 경우 새로운 직장을 두 달 안에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외국인이 한국에서 체류하면서 두 달 이상 직장이 없을 경우 불법체류자로 분류된다. 단 질병이나 상해 등 사유가 있을 경우는 일정 기간 연장되지만 언제까지 될지도 모를 일이고, 정상적인 활동이 안 된다고 판단된 사람이 취업하기도 힘든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악화가 국내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처 실업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아민의 내일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 수를 '고용보호주의' 원칙하에 내국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대폭적으로 줄이기로 해 이 같은 걱정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경기 평택에서 한 외국인 노동자가 직장에서 해고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은 아민에게는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직장을 잃으면 어디로 가야할지 걱정이에요. 한국 사람도 일자리 없어서 난리라는데 우리 같은 외국인이 일할 자리가 모자랄 것은 당연하잖아요."
▲"외국인도 똑같은 노동자다!" 퇴원 후 일자리가 보장될지 모르는 아민. 그는 사실 지금껏 한국인과의 차별 대우 중 일부분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가 일하는 곳은 한국이고, 외국인은 상대적인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산에서도 군산에서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월급을 많이 주면서도 우리보다 쉽고 덜 위험한 일을 시킨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기술도 있고, 숙련된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왜 우리는 항상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정말 화가 난다." 기업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성토하던 아민은 ‘전반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부 나쁜 사람들이 한국 전체를 나쁜 나라로 만드는 것 같다"며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대답을 했다.
다음달 13일이면 아민이 군산에 온 지 1년이 된다.
그는 "한 1년 정도만 더 일을 하면 방글라데시의 가족들도 빚을 다 갚고, (저도)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제발 지금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때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한국은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때가 있다. 그 바탕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과 독일 탄광으로 외화를 벌기 위해 떠났던 수많은 한국 노동자들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아민은 고국에 돌아가 한국에 돌아가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한국민을 고마워하며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보장과 국익우선 사이에 우리는 무엇을 택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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