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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8-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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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단일민족' 집착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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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제는 '단일민족' 집착에서 벗어나야
(서울=연합뉴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에 '단일민족' 국가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외국인 여성 배우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우리는 다인종ㆍ다민족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의식 수준은 여전히 '순수혈통'이라는 환상에 머물고 있어 그릇된 우월감에서 비롯된 차별행위나 심지어 인권침해 행위가 종종 자행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다른 국가의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 정작 우리가 저지르고있는 차별적 행위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유엔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등록상의 외국인 인구는 63만2천여명으로 총인구의 1.3%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신고된 결혼 건수 총 33만2천800여건 중 외국인과의 결혼은 11.9%인 3만9천700여건에 이른다. 농촌 총각 10명 중 4명꼴로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있어 몇 년 뒤에는 농어촌 초등학생의 4분의 1이 국제결혼 부부의 자녀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국내 이주 외국인 노동자들과 외국인 유학생들도 갈수록 늘고 있어 이미 다민족 사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 의식과 사회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 여성들의 13-14%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최근 미 국무부는 세계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국제결혼 현수막을 인신매매 사례로 고발했다. 전국 곳곳에 걸려있는 국제결혼 현수막이 노골적으로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남아 출신 외국인 신부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다.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법무부 여수출입국사무소 화재로 외국인 수용자들이 불타 숨진 사건에서 보듯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와 인권 보호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다.
우리는 과거부터 주변국과의 교류가 활발했으며 잦은 전란에 휩싸였다. '순수혈통'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환상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나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 외국인 신부든 외국인 노동자든 우리가 필요해서 불러들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우리가 외면하는 농촌과 힘든 업종을 지키고 있다. 외국인 여성 배우자들이 차별받고 그 자녀들이 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림 받고 따돌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유엔의 권고대로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인종차별철폐조약에 명시된 권리들을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제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른 민족과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정보들을 초중등학교 교과목에 포함시키거나 한국정부가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대로 사법 관련 공무원들에게 특별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연구해 보기를 바란다.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일부 국제결혼 중개기관들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혈'에 대한 부정적 시각,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않는 한 '인종차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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