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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5-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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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무잡잡한 ‘그 놈’들이 내게 행복을 가르쳐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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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들 들어오면서 동네 이미지가 나빠졌어.” 영화 ‘로니를 찾아서’(6월4일 개봉)에 나오는 대사다. ‘그놈들’은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다. 영화 속 동네의 일부 주민들은 그놈들과 눈만 마주쳐도 움찔 놀란다. 딸내미가 밤중에 길을 가다가 그놈들을 만날까 봐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배우 유준상(40)은 ‘로니를 찾아서’에서 ‘그놈들’과 함께 촬영을 했다. 로빈 세위크와 마붑 알엄. 방글라데시 출신의 실제 외국인 노동자인 두 사람은 영화에서 주인공인 유준상과 어깨를 견주는 주요 인물로 나온다.
“연기를 처음 하는 친구들이라 처음엔 일일이 가르쳐야 했어요. 추격 장면을 찍기 전에 달리기를 함께하고 나서 그 호흡으로 찍어야 한다고 말해 주기도 했지요. 그렇게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제가 오히려 새로운 연기 영역을 배웠어요.”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극장에서 만난 유준상은 “개인적으로 ‘로니를 찾아서’에서 찾은 것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방글라데시 현지 촬영때 어려운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 나라 사람들을 보며 행복한 삶이란 게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생각해봤다.
“뚜힌으로 나온 로빈 세이크는 우리나라에 와서 번 돈 1500만원을 모두 사기당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심상국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로니를 찾아서’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인권, 차별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저 20여년 전부터 우리 곁에 들어온 이방인들의 희로애락을 ‘그놈들’이 아닌 ‘이웃’의 그것으로 보듬을 뿐이다. 심 감독은 이를 위해 휴먼 코미디의 형식을 빌렸다.
극중 로니(마붑 알엄)는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인호(유준상)에게 대련을 신청해 한 방에 때려눕히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인호가 방범대장 노릇을 한답시고 자신의 노점을 때려부순 것에 대한 복수다. 스타일을 완전히 구긴 인호는 도장 일을 내팽개친 채 로니를 찾아나선다. 그 과정에서 로니를 찾아주겠다고 나선 불법체류자 뚜힌(로빈 세이크)과 티격태격 다투지만 자기도 모르게 정이 들어버린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런 종류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불편한 진실이라고나 할까, 이런 주제를 너무 무겁게 접근하면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요. 풍자적, 해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른바 톱스타의 반열에 있는 자신이 신인 감독의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이유를 명쾌하게 밝혔다. 최근 들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진지하면서도 때로 코믹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는 까닭에 대해서도 설득력있는 변을 내놨다.
그는 2005년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우즈베키스탄 처녀들과 결혼하려는 농촌 총각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고 밝혔다.
유준상은 영화뿐만 아니라 TV드라마와 뮤지컬 무대에서 다채롭게 활동하고 있는, 말 그대로 탤런트다. 현재도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뮤지컬 ‘삼총사’에 주역으로 출연 중이다. 그는 앞으로도 직접 관객들과 호흡하는 무대에 서면서 스크린 활동을 병행하겠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그의 욕심은 더 높은 데 있었다. “촬영 여건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주는 의미있는 작품이라면, 꼭 출연하고 싶습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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