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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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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상관없어요…한국 남을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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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상관없어요…한국 남을수만 있다면"
다문화 강국 레인보우 코리아＜2부＞
구직자 68% ↑…2개월내 취업못하면 추방
안산외국인쉼터에 머물며 생활비만 축내
◆ 다문화 강국 이젠 실천이다 / ② 외국인노동자 한달 동행취재 ◆
경기도 안산 외국인근로자쉼터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이 고용지원센터에서 제공한 구직 알선 소개장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의논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 3월 2일 경기도 안산 외국인근로자쉼터는 요란한 네온사인 속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쉼터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왔다가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새 일터를 구할 때까지 잠시 거쳐가는 곳이다. 안산을 포함해 인천, 김포, 대전, 대구, 부산, 제주 등 전국에 12곳의 쉼터가 있다. 중앙역 부근 에메랄드빌딩 입구로 스리랑카, 몽골, 중국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배낭을 짊어진 채 하루의 구직활동을 마치고 들어오고 있었다. 건물 3층에는 쉼터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과 고충처리를 도와주는 지원센터가 함께 있다.
▶3월 2일 월요일
오전 9시. 중국인 쓰피아오 씨(가명ㆍ28)는 김영선 팀장의 불호령에 못내 짐을 챙겨 나서지만, 차비만 날리고 허탕을 칠 생각에 발길이 가볍지 않다.
김 팀장은 "이렇게라도 `악역`을 하지 않으면 (여기를)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팀장이 `악역`을 자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용지원센터에서 발급하는 알선장은 신청하는 외국인 모두에게 발급되기 때문이다. 먼저 가는 사람이 임자인 셈이다. 알선장이 있어야 사업주에게 연락하거나 면접을 볼 수 있다. 안산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해 11시에 강남 고용지원센터에 도착해도 "벌써 인원이 찼다"는 얘기를 듣고 돌아오기 일쑤다.
▶3월 9일 월요일
매일 저녁 9시는 점호 시간이다. `군기`를 잡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군대 점호와 다를 바 없다.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하고 사감이 새로 들어온 인원과 나간 인원을 점검한다. 이날은 새로 들어온 인원도, 빠져나간 인원도 없다. 어제와 같은 17명이다.
▶3월 12일 목요일
점호를 앞둔 오후 8시께 24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적별로 모여 각자 허탕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베트남인 옌 씨는 사흘 전 용인의 한 가구공장에 갔다가 이날 다시 돌아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입국 전에 일자리를 구한 상태에서 한국에 들어온다.
하지만 경기침체 이후 안산의 반월ㆍ시화공단을 비롯한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수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불황 여파가 경제 각 부문에 번지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사업장변경신청을 의뢰한 외국인은 2만420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4383명)에 비해 무려 68.3% 증가했다.
▶3일 16일 월요일
중국 랴오닝성 출신 리우 씨(38)가 쉼터에 입소했다. 리우 씨에게 언제 한국에 왔냐고 물었다. 날짜를 정확하게 대답한다. 일산의 한 공장을 그만둔 날짜도 리우 씨는 정확하게 대답했다. 리우 씨뿐 아니라 쉼터의 모든 외국인 노동자에게 입국 날짜와 회사를 그만둔 날짜를 물어보면 다들 이처럼 정확하게 대답한다.
입국한 날짜와 근로계약이 해지된 날짜는 이들에게 중요하다. 먼저 입국한 지 3년이 지나면 한 달 동안 본국에 돌아갔다 와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포기하고 힘든 일을 감수한다고 해도 중국 출신 리앙 씨(39)에게 취업은 막막하기만 하다.
취업한다고 하더라도 6개월 후에는 중국에 한 달간 갔다 와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리앙 씨를 꺼리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이 해지된 일자가 중요한 이유는 `2개월 규정` 때문이다. 두 달 안에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3월 17일 화요일
방글라데시 출신의 한 노동자는 이날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서 받은 알선장을 들고 용인, 평택 등지의 회사를 다녀왔지만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돈을 벌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구직기간 중 드는 돈 역시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의정부뿐 아니라 광주, 부산을 전전하면서 장거리 차비가 드는 데다 내국인들은 통상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는 10~20㎞의 짧은 거리도 대부분 택시를 통해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정부를 다녀온 라 후 만 씨는 이날 차비로 4만원을 썼다고 했다.
▶3월 24일 화요일
쉼터에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들렸다. 리앙 씨가 시화공단의 사출공장에 취업돼 출근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3만원 받고 8시간씩 일한단다. 이처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데다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도 아니다. 사장이 일주일만 써보고 결정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라도 취업이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회사에서 저녁식사를 제공하게 돼 있지만, 저녁식사 시간을 놓치면 밥을 먹을 수 없다. 일당제 노동자에게는 기숙사도 제공되지 않는다.
"정식으로 일하게 되면 얼마를 받느냐?"고 묻자 "난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한국에 남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산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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