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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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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쉼터 한달간의 기록 현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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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쉼터 한달간의 기록 현지르포
64곳 전화 고작 1곳서 "면접오세요"
경기 안산시 고잔동 안산 외국인근로자쉼터의 하루는 김영선 팀장의 호통소리로 시작된다. 며칠 전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밥도 먹지 않고 숙소에서 뒹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김 팀장은 "일자리 안 구할 거야? 너흰 몇 주 남지도 않았잖아!"라고 잔소리를 했다.
한 달 넘게 일자리를 구하러 다녔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일자리는 없다는 것을 김 팀장도 안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는 꼴을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인 장밍 씨(가명ㆍ28)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중국식 꽈배기 `마화(麻花)`를 만들어 두둑히 배를 채운다. 아침만 먹고 점심은 건너뛸 요량이다.
지난 1월 중순 장씨는 경기 화성시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회사에서 나와야 했다. 회사에서 "일이 없다"며 장씨를 비롯한 7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해고했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장씨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경제가 불황을 맞으면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일자리를 잃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한국 사람들도 줄줄이 실직하는 마당에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 하는 것이 이들의 처지다.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장씨를 위해 이날은 조선족 이덕주 씨(60)가 장씨와 동행했다. 이날은 멀리 충남 천안까지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천안시 성정동 천안종합고용지원센터 건물 3층에 위치한 외국인고용허가 창구 부근에 알선장을 받으러 온 외국인 10여 명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려는 회사에는 등록된 외국인의 명단을, 구직을 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등록된 회사의 명단을 알려주는 게 이곳의 일이다.
순번을 기다리던 장씨는 창구에서 A4용지 32장 분량의 알선장을 받았다. 장당 2개 회사의 주소와 연락처, 업종 등이 적혀 있었다. "오늘은 64곳이나 되네." 장씨의 얼굴에 언뜻 희망의 빛이 스쳐갔다. 휴대폰을 꺼내든 이덕주 씨는 장씨를 대신해 64개 회사에 일일이 연락했다. 한시라도 빨리 연락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말이 짧은 장씨도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인천 남동구의 한 제조업체에 연락하자 "여자만 뽑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알선장에는 사업주가 채용을 원하는 성별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
충남 서산시의 또 다른 제조업체에 연락하자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회사 직원이 물었다. 장씨가 한족이라고 밝히자 이내 "몽골 사람만 뽑는다"고 답했다.
64개 업체 대부분이 `이미 사람을 뽑았다`, `○○ 출신만 뽑는다`며 퇴짜를 놨고, 장씨는 화성의 한 전자부품제조업체와 이튿날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희망의 크기가 6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장씨와 이씨는 점심을 걸렀다. 장씨는 "한 달 동안 휴대폰 요금 충전에 쓴 돈만 12만원이 넘는다"며 "돈 벌 때는 한 달에 20만원 정도 썼는데 구직 기간에는 교통비, 전화비 등 40만원은 넘게 쓰고 있다"고 투덜댔다.
매주 목요일은 천안, 아산, 예산, 당진 인근의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들이 즉석 면접을 보러 오는 이른바 `만남의 날`이다.
천안종합고용지원센터의 한 직원은 "지난해 이맘때는 50개가량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곤 했는데, 요즘은 20개도 채 안 된다"고 말했다. 10여 명의 회사 관계자들이 장씨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 15명과 10분가량 상담한 후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연락처를 받았다.
장씨도 2개 회사 직원에게 연락처를 알려줬다.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장씨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저녁 9시, 장씨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숙소인 안산 외국인근로자쉼터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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