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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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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노동자, '테러리스트'로 몰려 '5일동안 감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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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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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이어 이번엔 부산이다.
지난 8일 대전의 출입국사무소가 중국여성을 구타하는 장면이 한 지역 언론에 공개돼 파장을 일으킨데 이어, 최근 한 외국인 노동자가 테러리스트로 몰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5일이나 감금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을 빚고 있다.
우즈벡 출신 외국인노동자, 영문도 모른채 5일간 ‘위험인물로 몰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지난 2일 우즈벡의 한 외국인 노동자가 사유도 모른채 '테러리스트'로 몰려 5일간 보호조치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지난 4월 2일,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경찰조사를 받던 우즈벡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조브(가명, 42)씨가 난데없이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이하 부산출입국사무소)로 이송돼 5일동안 보호소에 갇히는 일이 벌어졌다.
다름아닌 이유는 조브씨가 여권위변조 등의 혐의로 입국규제자, 이른바 테러리스트 용의자로 분류되어 전산망에 올라와 있었던 것. 교통사고로 인해 경찰의 조사를 받던 조브씨가 입국규제자로 나타나자 깜짝 놀란 경찰은 국정원의 확인을 거쳐 급히 부산출입국사무소로 그를 인계했다.
이후 3일 새벽 3시경, 경찰로부터 조브씨를 이송받은 부산출입국사무소측은 그가 강제퇴거대상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일단 보호시설 방으로 옮긴 뒤 대테러업무를 담당하는 국정원으로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조브씨와 부산출입국사무소에 의하면 3일에는 국정원 부산지부 수사관까지 출동해 그의 신원 등에 대해 1시간 가량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결국 별다른 혐의가 나타나지 않자 국정원과 출입국사무소 측은 7일 오후 4시경 보호조치를 해제하고 조브씨를 풀어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출입국사무소와 국정원 측이 그를 가둬놓고 조사하는 동안 ‘입국규제자(테러리스트) 혐의가 무엇인지’, ‘왜 붙잡아 두고 있는지’ 한번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보호조치를 하며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은데다, 합법적인 단기상용비자(C-3)를 받아 입국한 외국인을 마음대로 5일간 보호·감금해 인권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우즈벡 대사관과 정부가 걸고 넘어질 경우 국가간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조브씨는 “테러리스트가 아닌데 왜 갇혀있는지 몰라 죽고싶었다”며 “무슨 혐의인지 설명해달라고 수차례 이야기 했지만 말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조브씨는 국정원 수사관의 조사도 입국경위와 가족관계, 여권을 받게된 경위 등을 물어보는 정도로 그쳤다고 설명해 “도대체 왜 갑자기 자신이 입국규제자로 된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정당한 법집행이었다는 입장이다. 부산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전산망에 입국규제자로 나타났기 때문에 강제퇴거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며 “우리는 국정원으로 관련 정보를 넘겨 혐의수사를 받게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 출입국관리법 11조에는 대한민국의 이익과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자는 입국을 불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입국규제자가 몰래 국내로 들어왔거나 잡혔을 경우 강제퇴거 대상자로 보호조치 명령를 내려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부산출입국사무소 측은 조브씨가 입국규제자로 분류된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 “전산입력시스템에는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리스트 상에서만 입국규제자여서 구체적인 혐의는 우리도 알 수 없다"며 "“혐의가 약했는지, 없다고 판단한건지 모르지만 결국 풀려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측은 조브씨가 '테러리스트'에 등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과 부산출입국사무소에 확인한 내용과는 확연한 차이. 국정원 관계자는 "업무 규정상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내용 알려달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외국인 인권실태 고스란히 보여줘’
김형진 김해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은 “분명한 혐의도 알려주지 않고 마음대로 인신을 구속하는 게 말이 되냐”며 “우리나라의 외국인 인권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무엇보다 국정원까지 관련되어 평범한 외국인을 테러리스트로 몰아 5일이나 감금한 공식사례는 국내에서 아마 처음 인걸로 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사실상 구금에 가까운 보호조치를 하려면 강제퇴거 사유가 명확해야 한다”며 “객관적 증거도 없이 의심만으로 무고한 외국인을 붙잡아 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 장 변호사는 “최소한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말을 안해줬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브씨와 김해외국인노동자상담소 측은 출입국사무소와 국정원 측의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국가를 상대로 부당하게 인신을 구속한 것에 대해 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보성 기자 vopnew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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