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정문에서 신촌역으로 걷다 보면 공정무역이라는 글귀를 간판에 내건 카페 트립티가 보인다. 카페 트립티는 운영자인 최정의팔씨가 2010년 4월에 문을 연 공정무역 카페다. 석유 다음으로 세계 물동량이 많다는 커피를 통해 희망을 나누고,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설립되었다. 카페는 아담하지만 뜻 깊은 일들을 수행하면서 희망을 나누고 있었다.
카페 트립티 내부
최정의팔씨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를 운영하면서 이주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해왔었다. 그러다 3년 전 산업 재해를 당한 이주 노동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활동들을 시작하였다. 자신의 집을 내놓아 산재쉼터를 만들고 산업 재해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이주 노동자들을 돌보고 있다. 또한 1년 전부터 카페 트립티를 열어 단순히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자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 재해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이주 노동자들에게 커피 관련 기술을 전수하고, 본국에 돌아가서도 커피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거나 카페를 설립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킴으로써 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태국 치앙마이, 네팔, 인도 등에 직접 진출하여 현지에서 한국에서 귀국한 이주 노동자들을 도울 계획도 가지고 있다.
최정의팔씨
사실 애초부터 최정의팔씨가 어떤 계획이 있어서 카페 트립티를 연 것은 아니다. 장애인 이주 노동자들이 비자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외면 받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와 근로복지공단과 교섭을 벌이다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카페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본국으로 돌아갈 이주 장애인 노동자들의 자립을 돕고, 그들의 아픈 몸을 치유하고 돌보기 위해서 선택한 방안으로 커피를 선택한 것이다.
카페 트립티는 철저하게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커피를 사용한다. 최정의팔씨는 이렇게 들여온 커피가 현지 생산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할 뿐 아니라 품질 역시 뛰어나다고 강조한다. “신촌에 있는 카페들 중에서 커피의 질은 아마 최고일 겁니다.”라는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배어있다.
카페 트립티의 좋은 취지와 높은 질의 커피에 이끌려 카페 트립티의 활동에 동참하는 카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카페 트립티와 프랜차이즈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카페 트립티를 통해 공정무역 원두를 제공받고 수익의 1%를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물론 카페 트립티 역시 수익의 5%를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으며 추가로 카페 내에 기부함을 설치해서 이주 장애인 노동자들을 위한 기부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카페 트립티의 아름다운 나눔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일단 사람들의 인식이 곱지만은 않다. 최정의팔씨는 한국인 중에도 장애인이 많은데 굳이 이주 노동자들의 장애까지도 우리가 돌봐야 하느냐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또한 유명 커피 브랜드와도 경쟁이 되지 않는 것도 힘든 부분이다. 최정의팔씨가 “3년 안에 문을 닫게 되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운영이 어렵다. 그렇지만 그는 당초 목적이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현재는 힘들지만 카페 트립티를 통해 이주 장애인 노동자와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공정사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다면 그 자체를 성공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또한 최정의팔씨는 “최근 일본 지진 등의 사태로 관련해 미래 세계에 대한 화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은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해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카페 트립티가 그런 점에서 유의미한 공간이 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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