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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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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옮기게 제발 여권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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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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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돌려달라는 이주노동자 이민툰 씨
"너무 힘들어요. 회사 옮기고 싶어요. 여권 돌려주세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이민툰(AYE MIN TUN) 씨(24).
이민툰 씨는 지난 2월 경주 외동읍 모화리 (주)현대CNC에 입사해 일을 해왔다.
(주)현대CNC는 자동차 브레이크 부속품을 만드는 부품회사다.
(주)현대CNC 현장 생산직 노동자는 이민툰 씨를 비롯해 6명. 모두 이주노동자다.
이민툰 씨는 이 공장에서 주야맞교대로 선반작업을 했다.
지난 4월14일 이민툰 씨는 울산이주민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너무 힘들어요. 몸이 많이 아파요."
다음날 이주민센터를 찾은 이민툰 씨는 센터 백선영 간사와 함께 병원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 받았다.
이민툰 씨는 백선영 간사에게 "회사 일이 너무 힘들고 어깨 통증이 심해 회사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게다가 회사가 자기 신분증을 갖고 있어서 더 이상 일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민툰 씨는 이주민센터를 찾기 며칠 전 경주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가 여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노동부의 시정 조치에도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4월24일 이주민센터 백선영 간사와 이민툰 씨는 함께 경주 고용지원센터를 찾아 호소문과 진단서를 제출했다.
경주 고용지원센터는 회사에 이민툰 씨의 신분증을 반환하고 일자리를 옮길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이민툰과 같이 병원에 가서 정말 아픈 게 맞는지 확인하고, 맞다면 일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회사 "도망 못가게 신분증 소지하고 있는 것 뿐"
24일 오후 2시30분, 회사 사장 부인과 이민툰 씨, 울산이주민센터 백선영 간사는 울산 북구 호계에 있는 21세기병원에서 만났다.
이민툰 씨가 병원에서 근육통 진단을 받고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백선영 간사는 회사 쪽에 "신분증 압류는 명백히 불법"이라며 "돌려주지 않으면 고발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회사 사장 부인은 "외국인들이 도망가면 회사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대답했다.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회사를 옮기도록 해달라는 요구에는 "원래 1년 계약하기로 하고 들어온 것"이라며 "아픈 거는 우리가 치료할 수 있도록 하겠으니 회사 일에 신경 꺼라"고 말했다.
병원을 나온 이민툰 씨와 백선영 간사는 회사의 여권 압류에 대해 경찰에 형사고소하고 함께 회사를 찾아갔다.
사업주가 현장에 없어 전화로 여권을 돌려달라고 거듭 요구했지만 사업주는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백선영 간사는 "이주노동자가 직접 형사고소까지 진행한 사업장에서 더 이상 근로 지속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쉼터에서 보호하고 있겠다"고 주지시키고 이민툰 씨와 함께 회사를 나왔다.
이민툰 씨는 현재 울산이주민센터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회사 떠난 네팔 노동자 세 명..."근로조건 좋으면 사업장 바꿀 이유 없어"
울산이주민센터에 따르면 (주)현대CNC는 이전에도 네팔 노동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심하게 줘 문제가 됐다.
6개월 동안 전화와 외출을 금지하고 TV도 못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한국어를 배우려고 교회에 나가는 것조차 못 가게 했다고 한다.
네팔 노동자 세 명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고, 겨우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울산이주민센터는 "근로조건이 괜찮으면 사업장을 바꿀 이유가 없다"면서 "과거 선례처럼 이민툰 씨 역시 자신을 노예 부리듯 하는 사업장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신분증 압류, 가장 악랄한 인권탄압
울산이주민센터는 "신분증 압류는 개인이 기본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명백한 불법행위이고, 이주노동자의 신분 자체를 제약하는 가장 악랄한 인권탄압"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민툰 씨 뿐만 아니라 이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실제 신분증을 압류당한 채 일하고 있다.
"대체 어느 나라 노동자들이 자신의 상사에게 자기 신분증을 맡기고 일하는가?" 울산이주민센터는 "이런 현상들이 유독 이주노동자들에게만 관행이 되고 '소지, 보관'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가며 정당화되기까지 하는 것은 이주노동자가 말도 모르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줄 모르는 존재로 인식돼왔기 때문"이라며 "이주노동자가 짐승이 아닌 사람이라면, 그리고 사업체에 합법적으로 근로계약을 맺어 일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이런 인권침해 사업장에서 더 이상 일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직권으로 일자리 옮겨야
울산이주민센터는 "노동부에서 직권으로 이민툰 씨가 사업장을 옮겨서 일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주)현대CNC에 남아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주)현대CNC의 각종 근로조건 위반행위에 대한 현장감사가 필요하다"면서 "산업안전과 관련한 근로감독과 더불어 임금 등이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로감독을 노동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민툰 씨의 호소문
노동부 관계자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저는 미얀마에서 온 이민툰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온 지는 채 몇 달이 안 되었고 그만큼 한국에 적응해나가며 살기 하루하루가 바쁩니다.
저는 경주 모화에 위치해 있는 (주)현대CNC에서 근로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 2월20일에 들어갔는데 저는 들어가자마자 황당한 일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회사에 여권과 신분증을 압류 당한 것입니다.
저는 계속 여권을 달라고 이야기하였지만 회사에서는 안 된다며 안 주고 있습니다. 외국인 등록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노동부 관계자 여러분은 여러분의 신분증을 상사나 노동부 장관에게 압류당한 채 그 밑에서 일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저는 너무 억울하고 불안한데 어디 가서 말하지도 못하고 몇 번씩 신분증 달라고 말해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신분증이 필요한 곳에 가면, 저는 여권 복사한 것을 내밀고 다닙니다. 제가 노예로 일하러 온 것도 아니고 신분증 정도는 제가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이마저도 빼앗겨야 한다는 것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현재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공정이 너무 힘듭니다. 이 회사에서는 손을 빠르게 움직여야만 합니다. 저는 양 어깨가 너무 아파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회사에 아프다고 말하면 생산량 더 올려야 한다, 몇 개 더 만들어라 계속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양쪽 어깨가 너무 아파서 며칠 쉬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일요일엔 휴일임에도 사장님이 다른 공장에 가서 일하라고 해서 다른 공장에서 일까지 해주었습니다. 이에 대한 임금이나 이런 것도 아직 이야기해본 적도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치료해준다고 하지만 치료비를 월급에서 공제하겠다고 합니다. 병원에 가는 것도 겨우 외국인노동자센터의 도움으로 한번 갈 수 있었습니다. 많지 않은 월급에서 치료비를 공제한다고 하니 치료도 손쉽게 받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여러분, 만일 제 질환이 고질적인 근골격계 질환으로 악화되었을 경우 누가 책임질 것입니까? 저는 분명 사업주의 필요에 의해서 왔는데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한다 한다면 사업주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외국인이 한번 들어왔다가 나가면 그게 버릇이 된다면서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손을 덜 빨리 움직이거나 비교적 덜 힘든 공정에서 일하려고 부탁도 해보았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안 된다는 말만 돌아오고 있습니다.
법을 위반해가면서 제 신분을 압류하려 하는 불법을 저지르면서 외국인을 노예 부리듯이 하는 이 공장에서는 더 이상 근로하기가 힘든 조건입니다. 저도 이 회사에 정을 붙이고 정말 열심히 일해 보려 했습니다만, 정말 더 버티기가 힘듭니다. 제가 비록 양 어깨가 아프지만 꾸준히 치료한다면 지금과 같은 힘든 일은 못하더라도, 조립 공정 정도면 괜찮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부 여러분, 제가 회사를 변경할 수 있도록 회사를 설득해주십시오. 그게 가능하지 않다면 직권으로 변경 가능하도록 승인 부탁드립니다. 꼭 도와주십시오.
이민툰.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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