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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2-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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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걸릴까 동네슈퍼도 못가요” 이주노동자 일터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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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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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미등록 이주노동자 신분 온갖 차별
ㆍ하루 12시간 막노동에 얄팍한 월급
ㆍ그래도 고향땅 가족 생각하면 행복
점심시간도 뺏긴 채 하루 12시간씩 꼬박 일을 하고 최저 임금 수준의 적은 월급으로도 행복하다는 이들이 있다. 토요일까지 막노동에 시달린 그들에게 일요일은 유일한 휴일이다. 단속에 걸릴까 동네 슈퍼를 찾는 일조차 힘겹지만 고단한 몸을 녹이며 편하게 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은 만족스러울 뿐이다.
세계이주민의 날을 닷새 앞둔 13일 인천 부평공장을 찾았다. 곳곳에선 주말을 맞아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다지만 한산한 공장에 가득찬 이주노동자들에겐 상관없는 듯 보였다.
“얼굴은 찍지 마세요.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거든요.” 2000년 16살의 나이에 한국을 처음 찾은 네루비잔(26·방글라데시)은 2005년 이후 줄곧 미등록 이주노동자 신분으로 지내고 있다. 올해 초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소개로 결혼까지 했지만 네루비잔은 아직 신부 손조차 잡아보지 못했다. 고향에 있는 신부를 만나면 다시는 한국에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 서글프지만 1년을 꾹 참고 돈을 모아 금의환향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월급이 달라도 어쩌겠어요.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는 데 만족해야죠.” 2007년 산업재해로 손가락이 잘린 로폰(40·방글라데시)이 말을 잇는다. 지금은 산재판정을 받아 치료기간 동안 나온 임시 비자로 비교적 안전한 삶을 살지만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약값조차 감당하기가 힘들다. 이야기를 듣던 삿다(38·방글라데시)가 갑자기 옆에서 눈시울을 적셨다. 2002년 이후 아들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는 “아내와 자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온다”고 말했다. 삿다는 야근·특근을 뛰어도 한 달에 고작 130만 원을 버는 게 전부지만 다달이 80만 원씩 꼬박꼬박 가족에게 보내주고 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남동공단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시커먼 공단 사이로 쉼없이 돌아가는 기계소리가 들리는 곳은 영락없이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저희는 자이언트 패밀리 시스템이에요. 고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저 하나만 믿고 있기에 절대 돌아갈 수가 없는 거죠.”
이슬람국가 파키스탄에서 온 아메드(29)는 고향에 남은 10여 명 가족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아무리 똑똑해도 절대다수가 가난을 반복하기 때문에 가족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대표 한 명을 한국으로 보내 생계를 책임진다. 합법적으로는 한국에 오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행을 위해서는 소개비만 해도 몇백만 원에서 1000만 원씩 줘야 한다. 최소 3년에서 길면 10년까지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불안한 신분 때문에 악덕 사장이라도 만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얼굴색이 다르다고 언어가 다르다고 편견을 갖지 말아주세요. 우린 똑같은 사람 아닙니까.” 한국에 귀화해 16년째 한국생활을 하는 다문화교육강사 박이스라르(46·파키스탄)는 “지금도 여전히 길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말한다. 전에 비하면 개선이 많이 됐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자의 집을 맡고 있는 이금희 수녀는 “선진국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찾아주는 일이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지환기자 kjh101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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