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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1-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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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새겨야 할 인종차별 발언 유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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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모욕죄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은 다문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2단독 조찬영 판사는 형법상 모욕죄로 국내 사법사상 처음으로 약식기소된 박모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박씨는 지난 7월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 성공회대 연구교수에게 “아랍인은 더럽다”, “냄새난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특정 종교나 국적의 외국인을 혐오하는 듯한 발언을 해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발단이 된 박씨의 발언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면서 진작부터 숙제를 던졌다. 더구나 그 발언이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인종 차별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유난히 배타적 순혈주의 풍조가 강한 한국이지만 우리는 이미 국내 거주 외국인이 1백만명이 넘고, 해외 교포가 650만명인 시대를 살고 있다. 다인종 다문화 시대에 걸맞는 글로벌 마인드와 인종 차별을 금지할 법적·제도적 장치 도입을 논의할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국제앰네스티에서 한국정부에게 이주민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게 얼마전 일이다. 작업장에서의 폭행과 폭언, 불법 강제단속 등으로 인권보호가 개발도상국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우려였다. G20 가입 국가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인 인권 후진국이 아닐 수 없다.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 철폐 권고까지 받은 적도 있다. 인종차별 문제에 관한 한국 사회의 명확한 인식이나 법·제도의 실효적 이행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2006년 초 한국계인 미국의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 방한을 계기로 인종 차별을 없애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바 있으나 이렇다 할 결실은 아직 없다. 관련 법안의 제정 움직임이 있었고, 일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외국인 인권 조례 제정 노력이 있었지만 유야무야 됐다. 인종차별에 대한 법적 개념과 정의조차 제대로 내려져 있지 않은 현실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인종 문제를 불편한 현실로 생각하던 아시아 국가들의 적극적 움직임은 눈 여겨볼 대목이다. 외국인 노동자 차별이나 불법 체류 문제 등을 넘어 사회통합 차원에서 자녀 교육과 사회 보장에 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이주자 문제는 세계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지구촌 67억 인구 중 1억7000만 명 이상이 다른 나라에 체류하는 다문화 시대다. 너그럽고 열린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재판부의 이번 약식명령에 대해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인종차별적 문화를 공론화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후세인씨의 발언에 귀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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