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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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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인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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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817  추천 :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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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 발목잡는 국적법, 대부분 투표권 없어
“엄마, 국회의원 선거가 뭐예요?”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 거야”
“아~우리나라를 위해서요?”
“응”
“그럼 엄마는 누구 뽑을 거예요?”
“어? ...”
베트남에서 시집온 푸띠엔(가명. 36)씨는 여섯살 딸아이가 묻는 질문에 난감했다. 한국에 온지 6년이 넘고 있지만 아직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신분도 완전한 한국인이 아니다.
푸띠엔씨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며 입국할 때 받은 비자는 F-2-1이라는 ‘국민의 배우자’ 비자다. 법적으로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인과 같은 대우를 해준다’는 신분이다. 내국인 즉, 남편이 신원보증인이 돼서, 1년에 한번씩 보증인의 승낙으로 갱신 받아야 한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딸아이가 생기고 두 번의 갱신을 거쳐 한국에 온지 3년이 되었을 때 푸띠엔씨는 이웃으로부터 2년이 넘었으니 ‘국적 취득 간이 귀화신청’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가 많아 남편에게 넌지시 뜻을 비췄다. 하지만 하루하루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남편이 관련 서류를 떼러 이리저리 다닐 시간이 없었다. 푸띠엔씨는 수소문 끝에 서류를 대신 준비해 준다는 대행업체를 알게 됐다. 하지만 대행료가 100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귀화 신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푸티엔씨 가정에 100만원은 실로 큰돈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한국에 온지 만 5년이 되었을 때 영주권 비자(F-5) 신청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역시 신청할 수 없었다. 영주권 비자를 받으면 매년 비자를 갱신하러 가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지만 남편이 동의하지 않았다.
푸띠엔 씨보다 2년 빨리 한국에 시집온 이웃 옌투이(가명)씨는 영주권 비자를 신청하고 3년이 경과하여 지난해 시장과 시의원을 뽑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참여했다. 지방자치단체장 공직선거법에는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으로서 해당 지방 자치단체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경우에 한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푸띠엔씨는 자신의 딸 친구인 아이와 다정히 투표장을 향하는 엔투이씨의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년에 치러질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에는 푸띠엔씨는 물론 옌투이씨도 참여할 수 없다. 총선과 대선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15조 1항 ‘19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다’ 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아무리 오랜 동안 한국에 거주하며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저절로 국적이 취득되는 것은 아니며, 현행법상 이들의 신분은 국민이 아니다. 푸띠엔씨는 점점 커가는 아이가 엄마의 국적이 다른 엄마들과 다르다는 것에 혹여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올해 1월 기준 대전의 다문화가구는 4435명. 이 가운데 3270명이 국적 미취득으로 내년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임원정규 사무국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은 가정을 보살피고 우리의 아이를 키우는 엄연한 한국 가정주부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가져야 할 참정권이 없어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며 “설사 어렵사리 국적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많은 이주 여성들이 자신들이 가져야할 참정권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표를 행사할 것인지도 제대로 알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대전외국인복지관 김준구 과장은 “결혼 이주여성들이 국민에 포함되지 못함으로써 본인은 물론 자녀들에게까지 정체성의 혼란을 주고 있고, 또 그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빌미삼아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적잖다”며 “미래 사회의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진정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 선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뚜띠엔 씨와 같은)이런 사정을 가진 분들을 선관위에서는 잠재적으로 선거권을 가진 분들로 보고 선거제도에 대한 안내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관심을 갔겠다”고 말했다.
김기숙 | kisu-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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