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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5-2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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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넘치는 ‘코리안 드림’ 만연한 송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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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넘치는 ‘코리안 드림’ 만연한 송출비리
[쿠키 사회]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 호찌민에 있는 한 가구회사에서 바이어 통역을 하는 훵(여·32)은 한국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했다. 자연스러운 표현에 발음도 정확했다.
1994년 산업연수생 제도가 처음 시행되던 해 한국에 와 대구의 한 섬유공장에서 1년을 일했다. 갓 열여덟을 넘긴 여자에게 노동은 강도가 높았고, 낯선 나라의 날씨와 음식은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매달 280달러를 받기로 했는데, 같은 나라 출신 중간관리자에게 1년치를 고스란히 떼였다. 친구가 있는 서울로 올라가 공장에 안 가는 시간엔 한국어 공부를 죽도록 했다.
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로 한국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한국인도 일자리를 잃는 때였다. 베트남으로 돌아와 한국어 통역 일을 시작했다. 요즘 한 달에 500달러 정도를 번다. 일반 대학 졸업자의 임금(150달러 정도)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한국에서 돈은 별로 못 벌었지만 한국어를 배워서 좋았어요. 지금도 한국 드라마와 개그 프로그램 보며 한국어를 공부해요."
베트남에서 훵처럼 '코리안 드림'을 이룬 이들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기업 사료공장에서 일하는 그엉(32). 관광비자로 한국에서 가 7년을 일하다 3년 전 돌아왔다. 통역과 생산관리를 맡는 중간관리자로 그가 받는 월급은 400달러. 100여명에 달하는 베트남 직원 중 최고 임금이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인은 늘 공급이 모자라 대우가 좋다.
호찌민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쿡(여·33)은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3년 전 강제 추방당하기까지 7년을 일했다. 한국에서 번 돈 4천만원으로 집을 샀고, PC방을 차렸다. 그녀는 한국에서 큰 돈을 벌었다는 의미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이뤘지만,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해 여전히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한국에 다시 가고 싶은데 기록(불법체류) 때문에 갈 수가 없어요. 돈은 좀 벌었지만, 다시 가기 어려우니 (불법체류를 한 게) 후회돼요."
베트남에 '코리안 드림'은 만연했다. 공급(한국정부가 베트남정부에 요구하는 송출인력 쿼터)은 제한돼 있는데, 수요는 넘치다보니 송출 비용은 해마다 오른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이주노동자로 가기 위해 공식적으로 필요한 돈은 700달러 정도.그러나 실제로는 최소 1만달러 이상이 든다.
국제이주기구(IOM) 하노이사무소 앤드류 브루스 소장은 "베트남 사회 전반에 브로커가 개입이 돼 있어 외국으로 이주노동을 나가기 위해서는 비공식적 돈이 많이 든다"면서 "1년 만에 송출비용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청서 구하는 데도 아는 사람이 필요하고, 직업학교(한국행 이주노동의 필수 과정) 들어가는 데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직접 아는 사람이 없으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선을 댄다. 단계마다 돈이 들어간다.
산업연수제도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송출업체 비리를 끊기 위해 민간업체가 아닌 정부를 송출기구로 지정했지만, 너도 나도 한국행을 원하다 보니 정부에 줄을 대기 위한 브로커들이 단계마다 천지이다. 송출비리가 베트남에만 있는 건 아니다.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고용허가제 대상 국가 대부분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송출비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전 외국인이주노동자 종합지원센터 김봉구 센터장은 "송출국가가 후진국이어서 정부가 부패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산업연수생제도에서 고용허가제로 바뀐 지 3년. 최저임금 보장, 인권 개선 등 개선점이 있지만, 송출비리와 불법 체류는 여전하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행을 택한 이들이 '3년'(고용허가제에서의 노동기간)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법 체류 비율은 최고 80%에서 지금은 50%로 내려왔지만, 국제 평균(15∼20%)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지인웅 베트남지사장은 "우리나라 제도를 개발도상국에 심는 과정이다 보니 아직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송출국의 전반적인 민의(民意) 수준과 사회의식이 높아져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송출국 문제로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송출국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송출국의 송출비리는 도입국의 불법체류로 이어지고,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는 사용자의 인권침해를 낳기 쉽다. IOM 서울사무소 김철효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문제는 이미 송출국에서부터 내재된 문제"라면서 "송출국과 도입국의 공동의 문제 해결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글·사진=정혜진기자 jungh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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